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밝혀두겠다. 난 바르셀로나 팬이다. 뭐 물론 평소에도 바르셀로나 저지를 입고 다닌다든지, 아니면 레인자켓을 입고다닌다고 할 정도로 광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호나우지뉴가 뛰었던 쯔음부터 바르셀로나를 좋아하기 시작해서 새벽까지 곧 잘 경기를 보고 자는 그냥 저냥 조용한 팬이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바르셀로나가 최근 한국과 스페인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K리그 올스타와 경기를 하기 위해 내한했다고 한다. 물론 나도 경기에 가고 싶었지만...사정이 있어서 예매하지 못했고, 인터넷으로 간간히 바르셀로나 소식을 접하는 수준인데 바르셀로나에 대한 비난은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너무나 과열되어 있는 양상이다.
물론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건 바르셀로나다.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 전원 데려온다고 해놓고 우승하니깐 갑자기 컨디션 조절로 뺀다고 하고,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내 기자들과의 첫 인터뷰에서 단 4번의 질문 기회만 주고 인터뷰를 종료했다는 점, 그리고 계약 사항과 달리 메시를 경기에서 빼려다가 비난과 개런티 문제로 인해 다시 주장을 번복하는 점 등 솔직히 국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일은 잔뜩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비난은 나도 이해한다. 분명 바르셀로나는 과거 피스컵 등을 통해 한국에 온 리옹이라든지 한국에 내한한 다른 축구팀에 비해 정말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오만하단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한국에서 받는 지속적이고도 맹렬한 비난은 조금은 과열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열된 비난의 중심엔 바로 일부 악성 안티 언론들이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을 전후로 국내에 인터넷이 빠르게 퍼지면서 오프라인이 아닌 오직 온라인으로만 활동하는 언론사들이 생겨났는데, 그 이후로 이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은 중심을 못잡고 항상 이슈만 쫓으며 온라인 상에서 여론 몰이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바로 2008년 있었던 키아누 리브스 사건이다. 2008년 당시 키아누 리브스는 자신의 주연 영화 <스트리트 킹>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자청해서 내한 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 와서 그는 기자 회견도 성실히 임했으며 팬들과의 레드 카펫 행사에서도 굉장히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어 한국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터넷의 일부 언론들을 통해 아주 가루가 되도록 까이면서 별에 별 트집을 다 잡혔는데...그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1. 키아누 리브스는 국내에 입국 당시 조용히 내한하길 원했고, <스트리트 킹>의 제작사인 20세기 폭스 측에서도 그의 안전을 고려해 그의 입국 일정이나 이동 스케쥴을 일체 비공개로 하고 그를 입국 시켰다.
2. 하지만 분명 비공개로 입국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들은 그를 취재하기 위해 공항 출국 게이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3. 그리고 입국 한 뒤 취재진이 기다리는 것을 안 키아누 리브스 측은 그들을 피하기 위해 예정된 게이트와 달리 VIP 게이트를 통해 공항을 몰래 빠져나왔다.
4. 이후 그를 취재하지 못한 일부 인터넷 언론들은 허탈함 속에 키아누를 1시간 넘게 기다렸다는 팬들을 들먹이면서 '키아누 리브스가 우리를 물먹였다.',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등의 이유로 무지막지하게까기 시작한다.
5. 이미 키아누 리브스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악감정을 가진 상황에서 다음 날 하얏트 호텔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공식 기자 회견이 열렸다. 근데 이 기자회견엔 약간의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너무 과도하게 취재를 제재한 것이다. 예를 들면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는 기자 수를 제한한다든지, 자리를 지정한다든지, 영화 <스트리트 킹>에 나오는 한국인 비하에 대해 질문하지 말아달라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6. 그러나 이러한 취재 제재는 키아누 리브스 측에서 요청한 것이 아니라, 20세기 폭스사 측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예민한 성격을 고려해서 미리 제재를 취한 것이다. 실제로 키아누 리브스는 과거 약혼녀의 죽음과 가족의 불행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이런 제재들은 기자들의 맹렬한 반발로 어느 정도 완화 된 것으로 알고 있다.
7. 어쨋든 그런 각종 폭스 측의 과도한 제재로 인해 받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키아누 리브스는 개의치 않고 친절한 태도로 기자회견에 응했다.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한국 음식에 칭찬도 하고, 영화 속 한국인 비하라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친절한 태도로 응했다. 그리고 이후 일정인 메가 박스에서의 레드카펫행사에선 팬들과 일일이 악수도 하고 싸인도 해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샀다.
8. 하지만 이미 키아누 리브스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일부 기자들은 그의 친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가 떠나고 나서까지도 그의 입국 사건을 들먹이면서 '팬들이 없으면 너도 없다', '끝까지 거만했다' 또는 영화 속 한국인 비하 장면과 키아누 리브스를 연결시켜서 그를 까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대략 좀 길게 8개 항목으로 나눠서 사건을 정리했는데, 당시 이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일부 인터넷 언론 기자들이 어떠한 문제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가 누구든간에 자기 취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이유로든 깐다.
둘째, 취재에 응했음에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깐다
셋째, 한 번 찍히면 끝까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깐다.
애초에 기자로서의 의무는 버린 채 그냥 자기 감정에 치우쳐서 그 취재 대상이 한번 찍히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비난 기사를 써내는게 바로 일부 악의적인 인터넷 언론 기자들의 행태다. 그리고 이건 이번 바르셀로나 비난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앞서 말했듯 바르셀로나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긴하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 언론들은 그들이 잘못한 바 이외에도 일부러 악의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들을 까거나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그들을 비난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몇 몇 말도 안되는 비난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1. K리그 올스타전와의 경기에서 전통적인 홈 유니폼이 아니라 푸른 색의 어웨이 유니폼을 입는다고 비난함.
2. 구단 측에서 훈련 뒤에 이루어질 공식 인터뷰 일정을 취소하고 원하는 선수에 한해서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훈련 끝난 후 메시를 비롯한 주요 선수들이 임시 인터뷰에 응하지 않자, 기획사나 구단의 잘못임에도 선수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림.
3. 과르디올라 감독이 메시는 30일에 팀에 합류해서 몸상태가 좋지 않을 뿐더러, 현재 몸무게가 늘어 부상이 우려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말했음에도, 인터뷰 발언과는 상관없이 어떤 기자는 부상도 없고 피로도 없는데 왜 안나오냐고 귀하신 몸이라 안되냐고 비꼬면서 비난.
4. 경기 직후 메시가 믹스트 존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고 지나친 뒤, 외국 기자 팬의 사인 요청에 사인을 해주자, 인터뷰 해주지 않은 것을 빌미로 '오만한 메시'라는 식의 제목을 붙임. 원래 메시는 영어를 잘 못해서 영어 인터뷰는 거절하는 편이라 월드컵 때도 한국 기자들한테 No, English라고 영어로 한 마디 하고 인터뷰 거절했음.
이외에도 기사의 제목을 '한국팬을 무시하나?', '오만한 바르셀로나를 박살내자', '바르셀로나 한국팬 우롱하나?' 등 굉장히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제목을 붙여 온라인 상에서 연일 비난 여론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정말로 그들이 싸가지 없게 굴고, 기자 회견을 성의 없이 했을 가능성이 있긴하다. 하지만 그렇게 섣불리 단정 지을 수 만도 없는게, 저렇게 비난 기사를 써댄 기자들과 난리 상대적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기사에서 대부분 사실만을 간략하게 전달하는 기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바르셀로나 측이 밑보일 행동을 했고 비난을 받을 부분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식 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수준으로 이렇게까지 기자의 본분을 져버린 채 자신의 감정이 잔뜩 들어간 기사를 써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위에서 말한 3번의 기사의 경우 저렇게 메시를 비꼬더니, 마지막에 메시가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그리 기대되지 않는다라고 쓰는 등 사실상 기자로서 의무는 져버리고, 인터넷 기사를 개인 일기장처럼 쓰는 행태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바르셀로나의 내한에서 보여준 태도는 나에게도 굉장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구단 수뇌부의 무성의하고 생각없는 내한 경기 계약 건도 있고, 축협이나 대행사 측이 잘못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30억이나 넘는 돈을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받기로 했다면, 분명 그들은 100년이 넘는 바르셀로나 역사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프로로서 조금 더 세심하고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실제로 국내에 방한한 다른 많은 팀들은 그렇게 했지만, 바르셀로나는 그 반의 반도 못갔기에 더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현재 한국에서 바르셀로나가 큰 비난을 받게 된 데는 분명 타겟을 잡으면 정말 죽어라 물고 늘어지는 일부 악성 안티 언론들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들 입장에선 분명 비난할 여지가 있으니 비난했다고 하겠지만 사실 잘 찾아보면 정말 이게 기자로서 쓸 수 있는 내용인가 싶은 어이없는 기사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기사로 이슈를 일으켜 지속적으로 바르셀로나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했다.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지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 분명 잘못한건 바르셀로나라는 걸 다시 한번 밝힌다. 이 글 보고 바르셀로나 옹호쩌네 쉴드치지마라고 하면서 욕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들의 잘못은 분명 한국의 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건 사실이고, 앞으로 한국에 올 다른 내한 팀에 대해서도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고 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그들 이상으로 현재 일부 인터넷 언론이 정신 못차리는 점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어쨋든 이번 어이없는 내한 경기를 교훈 삼아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계획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되어 많은 이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축구경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