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크레이지 하트] 크레이지 하지 않고 잔잔했던 크레이지 하트
ksge7
2010. 4. 1. 23:31
줄거리:
한 때는 잘나가던 싱어송 라이터인 컨트리 가수 배드 블레이크.
그러나 지금은 여러 번의 이혼과 고집 센 성격때문에 인기가 떨어졌고, 알콜 중독자로 전락해 지방을 전전하며 소규모 공연을 열고있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가던 그에게 공연을 위해 들린 지방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게 되고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고, 그녀도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배드 블레이크는 그녀와의 사랑을 계기로 새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감상:
<크레이지 하트>는 작년 이맘 때 쯤 개봉한 더 레슬러와 많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도 그럴것이 먼저 주인공이 둘 다 왕년의 한물 간 스타라는 점과 외로움에 살고있다는 설정,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고생한다는 스토리 라인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 <크레이지 하트>의 설정을 듣고 "음.. 레슬러와 비슷하겠군"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리고나서 실제로 본 소감을 말하자면 두 영화 모두 비슷한 주인공과 스토리 라인을 내세워서 비슷한듯 보이지만, 실은 전혀 다른 느낌 전혀 다른 감동과 느낌을 주는 영화라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두 주인공 모두 둘 다 옛 영광을 그리워하지만 <크레이지 하트>의 '블레이크'는 레슬러의 '랜디'보다 치열하지 않다는 것이다. 랜디는 레슬링을 자신의 인생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투신한다. 반면, 블레이크는 가수로서 노래를 즐기고 사랑하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결국 노래가 자신을 앞서진 못한다. 그의 인생은 노래였지만, 결국 그것의 굴곡을 극복해내는 근본적 열쇠는 자신의 의지와 사랑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두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달랐고 그래서 영화의 느낌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레슬러에서 감동은 랜디의 레슬링에 관한 희생과 열정, 투신으로 인해 나오는 비극적인 느낌의 감동인데 반해 <크레이지 하트>의 감동은 블레이크가 자신의 인생에서 과오를 사랑으로 인해 깨닫고, 그 과오를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고, 노래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잔잔한 감동이기 때문이다. 블레이크에게서 느껴지는 감동은 그래서 랜디의 것보단 치열하진 않지만, 잔잔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그렇다고해서 블레이크가 노래에 대해 열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매니저에게 자기를 지방 소규모 공연이나 하게 한다고불평 불만하지만 매번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고 큰무대나 작은 무대나 모두 관객과 교감하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모습은 또다른 감동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감동을 주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일 큰 공신은 바로 '제프 브리지스'와 음악 아닐까 싶다. 블레이크를 연기한 브리지스는 블레이크 그 자신이었다. 항상 술에 찌들어서 비틀비틀거리고, 다리를 절뚝이면서, 주름 가득한 얼굴.. 그야말로 배드 블레이크가 실존인물로 텍사스 어딘가에서 공연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영화 속 자기 파트 노래는 모두 브리지스 자신이 소화했다니,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안나온다.
그런 그와 함께 아카데미 주제가 상에 빛나는 음악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T 본 버넷이 맡은 노래들은 영화의 적재 적소에 잘 쓰여서 스토리를 만들고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데, 그중에서 특히 메인 곡으로 쓰인 The Weary Kind는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인 잔잔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갖추고 관객들의 마음속에 감동을 불어 넣어준다. 그리고 <크레이지 하트>에서 가장 멋진 요소들이었던 이 두가지는 영화에서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되고있다.
이외에도 블레이크의 후배 가수 토미 역할의 콜린 파렐과 친구 역을 맡은 로버트 듀발은 짧은 분량임에도 명성 높은 배우들답게 자신의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으며, 매기질렌할도 여주인공으로서 감정적이고 미묘한 연기들을 잘해냄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비록 <크레이지하트>는 전체적으로 매우 뛰어나거나 연출이 신선하진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의 힘을 믿고 따라줌으로써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준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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