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임팩트 맨] 임팩트있는 가족들의 환경 보호 도전기
줄거리: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콜린 베번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향후 1년 간 지구에 전혀 해가되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쓰레기 만들지 않기, 자전거 타고 다니기, 전기 사용하지 않기 등 그야말로 현대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프로젝트로 계획한다. 하지만 그동안 편하게 살아오던 베번 가족에게 그야말로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는 너무나 고역이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하나 둘씩 문제가 터지고, 결국 베번 가족은 하루가 멀다하고 티격태격 다투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끝날 수 있을까?
감상: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는 주로 관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행동을 촉구하며, 필연적으로 그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최근 개봉한 <예스맨 프로젝트>를 비롯해 마이클 무어의 <식코>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만 봐도, 두 영화 모두 관객에게 새로운 사실을 가르쳐주고, 그들에게 상황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걸 볼 수 있다.
<노 임팩트 맨>의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도 처음엔 그런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소설 작가인 콜린 베번은 사람들에게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지구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삶의 방식을 생각해낸다. 처음엔 간단하게 일회용품 쓰지 않기부터 시작해 자전거타기, 전기 없이 살기 등 의 생활을 1년 간 지속하기로 마음 먹는다. 덕분에 주인공은 냉장고도 전깃 불도 없는 현대인에겐 그야말로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나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콜린 베버의 목적대로 '노 임팩트 맨'프로젝트는 세간의 큰 주목을 받게 된다. 비난의 목소리도 있고 응원의 목소리도 있지만, 어쨋든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전 세계 언론들이 그의 내추럴한 생활 방식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되었다. 여기까지 본다면 그의 프로젝트는 굉장히 성공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여기서 성공으로 끝난다면 영화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얼핏 보기에 자기 책 팔아먹으려고 별에 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찍고, 그것이 환경 보호 운동의 성공이라고 하는 영화를 누가 보겠는가?
영화는 이런 자아도취의 상황에서 벗어나 한 층 더 진지한 자세로 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성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인공 콜린 베번도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진정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쇼일 뿐이며, 오랫동안 활동한 환경보호운동가들에게 모욕적인 프로젝트라는 비판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환경 보호 운동에 관한 자신의 의식도 변화시켜 나간다.
이때부터 <노 임팩트 맨>은 기존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사람들을 가르치는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배움을 받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변신한다. 베번은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프로젝트 한계를 인정한다. 그리고 기존의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 이외에 더 나은 환경 보호 방법을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을 찾아가서 의견을 듣고 배움을 얻었으며, 더 나아가 지역 환경 단체가 벌이는 각종 환경 개선 운동에 참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는 점차 변해갔는데, 어떻게 보면 그의 환경 보호 운동은 오히려 역으로 남들이 따라하기 힘든 극단적인 프로젝트로 시작해, 결국엔 누구나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보편적인 환경 운동 돌아간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는 관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프로젝트에 대한 호기심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관객들도 점차 베번이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을 같이 경험하며, 환경 보호 운동에 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앞서 말했듯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중에게 거부감을 주거나 거만하단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노 임팩트 맨>은 달랐다. 비록 처음엔 무언가 더 알리고 무언가 더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살짝 억지스러움이 느껴지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콜린 베버의 모습과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더 나아가려는 그의 끈기는 관객들에게 왠지 모를 진실성과 동질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항상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노 임팩트 맨>은 자신들이 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점차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정말 보기드문 예의 바르고 겸손한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