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뉴쾰른 언리미티드]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다. - 12회 서울 국제 청소년 영화제(SIYFF) 상영작

ksge7 2010. 7. 13. 07:00


줄거리:

독일의 뉴쾰른에 사는 리알, 핫산, 마라도나 세 남매는 각각 뮤지션, 랩퍼, 댄서로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청소년들이다. 그러나 독일은 그들의 꿈을 펼치기엔 너무 힘든 곳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로 레바논계 난민이기 때문이다. 레바논 내전으로 부모님이 독일에 밀입국해,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 남매는 레바논 말은 할 줄 모르고  독일인처럼 자라왔지만, 그들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항상 추방의 위기에 놓여져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증명할 수 있다면 독일에서 계속 살아가며 시민권까지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세 남매는 돈을 벌기위해 각자의 재능을 이용하기 시작하는데...

감상:

얼마 전 개봉한 <맨발의 꿈>에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하란 법 있냐?"란 대사가 있었다. 주인공인 '원광'이 하는 말인데, <뉴쾰른 언리미티드>의 주인공인 '리알', '핫산', '마라도나' 세 남매는 이 대사처럼 아주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비록 집안 형편은 어렵고 부모님은 이혼했지만, 세 남매는 뮤지션, 랩퍼, 댄서로서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꿈을 잘 쫓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을 이루기에,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레바논 내전으로 인해, 독일로 밀입국한 부모님에 의해 독일땅에서 나고 자란 세 남매는 정식 이민지가 아니기에, 항상 추방의 위험을 떠안고 살아가야했다. 쾰른이란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레바논 말이라곤 한 마디도 못하고, 사실상 독일인으로 자라난 세 남매지만, 법은 그들을 그리 순순히 독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이민국에서 체류 연장 신청을 하고, 차별받아야 했다. 물론 그들은 클럽이나 극장에서 춤과 노래로 돈을 벌어, 생계도 유지하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지만, 마음 한 구석엔 항상 추방의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독일서 찍은 다큐멘터리인 <뉴쾰른 언리미티드>는 마냥 긍정적이고 행복한 영화는 아니다. 솔직히 줄거리만 보면 위기에 처한 가족들이 서로 힘을 합해서 어려운 난관을 해쳐나가 목표를 이룬다는 스토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상황이 꼭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돌아가진 않는다. 세 남매는 독일에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하고, 꿈도 쫓아야하고, 주변의 차별도 이겨내야한다. 더군다나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니 이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항상 불안함으로 가득차있다.

물론 다큐에선 마지막까지 세 남매의 희망적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원 즉 이들을 둘러싼 주변 상황은 그다지 희망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보수 정치인들은 여전히 전쟁 난민들을 되도록이면 본국으로 돌려보내야한다고 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실업과 복지 문제로 이들을 배척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이 세 자매의 가족들은 운좋게 다큐멘터리도 찍고 주목이라도 받았으니 다행이지, 이들보다 더 나쁜 상황에 있는 난민들이 족히 독일 내에만 10만 명은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결국 <뉴 쾰른 언리미티드>는 겉으로는 희망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다큐같아 보이지만, 궁극적으론 갈수록 나쁘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극적인 다큐인 것이다.


간혹 무언가 하고 싶어도 주변 상황이 잘 따라주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세 남매에게 이런 상황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꿈만 꾸며 살아가도 너무나 좋은 나이에 말이다. 유럽 전역이 인종과 민족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는 이때, <뉴쾰른 언리미티드>는 국민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민족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와 같이 아주 많은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였다. 유럽의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리알', '핫산, '마라도나' 세 남매와 같은 청소년들이 좀 더 자유롭게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 너그러움과 유연함을 가지면 좋지않을까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