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이끼] 영화적으로 괜찮은 작품이다. 다만...
ksge7
2010. 7. 15. 07:00
줄거리:
아버지와 오랜 세월 의절하고 살아온 주인공 '류해국'은 어느 날 아버지의 부고 소식과 함께, 아버지가 살던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 그런데 해국에게 던지는 마을 사람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평소 의심많고 정의로운 성격을 지녔던 '해국'은 마을 사람들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행동들에서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아예 마을에 눌러 앉기로 결심하는데...
감상:
영화 <이끼>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볼만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끼>의 영화화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꽤 괜찮은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고,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정재영의 이장 역할도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러나 <이끼>를 본격적으로 평가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영화 <이끼>는 원작과는 사실상 다른 작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영화버전는 만화의 스토리나 인물을 그대로 따오긴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화는 원작과 너무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었다.
원래 영화 <이끼>의 초고는 원작 완결 이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원작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말 그대로 초고이기 때문에, 영화 촬영 이후에도 여러 차례 수정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 '강우석' 감독님의 인터뷰로 미루어 볼 때, 애초에 미리 어느 정도 정해놓은 영화 버전만의 특징은 그대로 살리면서 시나리리오에 수정을 가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영화 <이끼>의 분위기는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분명 양쪽 모두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원작이 비장함, 어두움 그리고 오싹함으로 무장한 스릴러 작품이었다면, 영화 <이끼>는 원작만큼 비장하지도 어둡지도 않으며, 오히려 그런 어두운 요소들을 유머로 승화시킨 작품이었다.
원작이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라면, 영화 <이끼>는 진지한 장면을 앞두고도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코믹함을 강조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만화 <이끼>의 초반부, 장례식장에서 주인공 '류해국'이 마을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다. 원작은 이 부분을 굉장히 오싹하고 소름 끼치게 그려놓았는데, 이와 반대로 영화 <이끼>는 이 장면을 굉장히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이런 연출이 반복되는데, 아마도 스릴러와 유머의 비율이 3대1 정도는 되는 듯 싶다. 이외에도,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 <이끼>는 원작 완결 이전의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에서도 원작과는 약간의 차이가 나고, 인물 묘사라든지 세부적인 연출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여준다. 결국 이런 조그만 차이가 영화 <이끼>를 원작과는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이야기했듯 영화 <이끼>는 영화 그 자체로 평가했을 때, 굉장히 매력적이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적절한 유머와 스릴러가 섞여서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절대 지루하게 만드는 법이 없었으며, 주연이 무려 8명이나 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처지는 느낌이 없었다. 또한 편집이나 연출에서도 강우석 감독님이 굉장히 신경써서 영화<이끼>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엔 딱인 작품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 흥행에 있어선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와는 반대로 원작팬들에게 영화 <이끼>는 어딘가 탐탁지 않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영화 잡지에서는 <이끼>가 "강우석 감독의 새로운 영화적 성취다", "강우석의 기존 영화 세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이다"라고 하나, 그건 영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칭찬이다. 원작 팬들 입장에선 영화를 원작과 비교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나오는 평가는 아마 그다지 호의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 동안 팬들이 '강우석'감독님의 <이끼> 연출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품과 감독의 스타일이 전혀 달라서였다. '강우석'감독님은 그동안 선 굵은 남성적인 느낌의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왔고, 이 것은 섬세한 연출이 필요해보이는 <이끼>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연출법이었다. 게다가 <이끼>가 '강우석'감독님의 첫 각색 작품이니 그야말로 팬들의 우려도 과한 것 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역시나 였다.
영화 <이끼>는 원작 특유의 음습함, 오싹함, 끈적함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다. 게다가 원작의 그 세밀하고 섬세한 인물이나 심리 묘사는 너무나 간략하게 그려져 작품의 무게가 가벼워 보였다. 이는 아무래도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생긴 문제 같기도 한데, 어쨋든 영화 <이끼>는 그동안 원작 팬들이 우려하던 바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작품으로 보인다.
어쨋든 이러나 저러나 <이끼>영화는 이미 완성되었고,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한국 영화로서 큰 성공 하길 바란다. 다만 마지막 한 가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께 한 마디 조언 한다면, 아직 원작을 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영화 보기전에 원작을 보지 않길 바라고, 이미 만화를 본 원작팬들은 영화를 보면서 원작과 비교하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란걸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