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토이 스토리3] 우디, 버즈 그리고 많은 장난감들 안녕!

ksge7 2010. 8. 6. 16:37


줄거리:

'우디'와 '버즈'가 처음 만난지도 벌써 10년. 어느 덧, 그들의 주인이자 친구인 '앤디'는 17살의 대학 신입생이 되어,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장난감들은 그와의 헤어짐에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앤디'엄마의 실수로 장난감들은 서니사이드 탁아소에 기증되어버리고, 그들은 다시 한번 '앤디'를 만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감상:

"난 너의 친구야, 영원한 친구야" 이 가사를 아는가? <토이스토리>에 쓰인 You've got a friend in me의 한국어 더빙판 가사다. 1995년, 우디와 버즈는 그렇게 문득 우리에게 친구로 다가왔고, 1999년 공개된 2탄을 통해 그들은 우리 마음 속 깊은 한 구석에 영원한 친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2010년 여름, 우리 마음 속에 살고 있던 친구들은 새로운 시리즈로 다시 돌아왔다. 작별을 고하기 위해서 말이다...

시리즈의 첫 편이 공개된 지 어느 새 15년, 그동안 <토이 스토리>는 그간 나왔던 영화 또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와는 달리 굉장히 이례적인 행보를 선보여왔다. 일단 시리즈의 첫편인 <토이 스토리>부터 그리하였다. 세계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외적인 특징을 비롯해 90년대 초중반 전 세계 아이들을 휘어잡았던 디즈니의 뮤지컬 식 애니메이션 구조를 탈피했다는 점까지 <토이 스토리>는 항상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한편 3D 애니메이션이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의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토이 스토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계속되는 시리즈화에도 작품의 질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5년 당시 센세이션 그 자체였던 1편 이후, 픽사의 속편 제작 금지라는 금기를 깨고 나온 2편도 그랬고, 올해나온 3편은 1편의 아성을 뛰어넘는 작품이었다. 픽사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드림웍스의 <슈렉>시리즈가 갈수록 사람들의 야유를 받은 것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행보였다.

그렇게 항상 우리에게 새로움 웃음과 완벽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토이 스토리>의 우디와 버즈 콤비는 어느 새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기 위해 찾아왔다. 바로 그들의 주인이자 친구인 앤디가 어른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1편의 7살 소년이었던 앤디는 3편에 이르러 어느새 17새 소년이 되었고, 그는 더 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게 되었다. 결국 앤디가 한 살 더 먹을 수록,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고 싶지 않아했던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별은 기정사실화되어갔고, 그 사실 곧 우리와 장난감들의 이별도 눈 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토이스토리3>는 비록 슬프긴하지만 장난감들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제작된 그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해피엔딩 뒤에 기다리고 있을 이별의 순간들을 속편의 주제로 피해 온 반면, 이번 <토이 스토리3>는 그런 비극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주제로 선택해 정면으로 맞서고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카우걸 '제시'의 이야기를 통해 <토이 스토리2>에서도 이미 한번 제시 된 바가 있는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러한 상황을 앤디의 장난감 친구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토이 스토리3>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슬픈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토이 스토리3>는 영화의 후반부까지도 시리즈 대대로 내려오는 명랑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유지하고있으며, 관객들이 영화의 엔딩이 가까워졌음을 느낄 때 쯤부터 서서히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특히 영화 초반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별이 정말 다가올까?"하며 관객들이 가진 불안감을 극대화시켜, 감정을 고조시키는 라스트씬에 이르러선 캐릭터들의 몸짓 하나 하나 말투 하나 하나가 정말 너무나도 슬픈 감정을 자아낸다. 아마도 그동안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모두 본 사람이거나 아니면 앤디와 같은 경험을 해 본 이들이라면 정말 누구라도 눈물 펑펑 쏟을 만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수백편의 영화를 봐오면서 단 한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물론 눈물 찔끔 고인적은 있다..), 그런 나조차도 <토이 스토리3>의 엔딩을 보면서 정말 눈물을 주르륵 흘렸으니,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이라면 아마 영화의 엔딩을 보고나서 펑펑 울지 않을까 싶다. 어쨋든 각종 해외나 국내 리뷰에서도 30대~40대 어른들조차 엔딩보고 울었다는 사례가 많이 보이는 바, 만약 <토이 스토리3>의 엔딩을 보고 눈물이 난다고 참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토이 스토리3>는 시리즈의 마무리를 짓는 작품답게 제작진들이 작품에 특별히 공들인 팍팍 나는데,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장점이라면 바로 세밀한 그래픽의 변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가 등장한지 벌써 15년이나 된 만큼 그 사이 CG 관련 기술도 많이 발전했기에 <토이 스토리3>는 전편들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진 점과 배경 사물들의 세심한 질감 처리는 그야말로 이게 실사 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사실 <토이 스토리3>를 만들면서 감독인 리 언크리치는 "1편과 달리 세월이 흐르면서 애니메이터들은 훨씬 더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기법에 익숙해져있었다. 하지만 <라다뚜이>의 캐릭터에 쓰인 자연스럽고 세련된 기법을 <토이 스토리>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아마 우리가 기억하는 우디나 버즈의 분위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인터뷰한 바가 있다. 그래서일까? 언뜻보면 <토이 스토리3>의 캐릭터들은 전작들과 비교해 그래픽적으로 그리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관객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그동안 픽사가 개발해온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했다. 특히 그런 부분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 채기 힘든데,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종이 상자 또는 나뭇잎의 질감을 비롯해 빛의 변화,  털의 구현 등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래픽적 진화가 돋보이며, 이는 <토이 스토리> 본연의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배경의 현실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 외에도 <토이 스토리3>는 지금까지의 시리즈 중 가장 스케일이 큰 작품답게 액션, 멜로, 드라마, 모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한데 섞인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으로 태어났다는 점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괜히 쓸데없이 장르 간의 크로스오버를 하다가 자멸하는 것과 달리, <토이 스토리3>의 크로스오버는 그야말로 너무나 환상적인 모습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은 적절한 균형감을 가졌으며, 그 장르 하나하나가 너무나 근사하게 만들어졌다. 정말로 제작진이 시나리오나 연출에 얼마나 신경썼는지가 영화 전체적으로 팍팍 느껴질 정도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웃음, 울음, 흥분, 분노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다보면,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쏜 살같이 지나가는 마법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어렸을 적 특히나 좋아하던 장난감이 하나 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 장난감들이 어디론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경험도 해봤을 것이다. 과연 그 장난감들은 어디로 갔을까?...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토이 스토리>의 우디와 버즈는 가끔은 우리 곁에서 사라지긴했지만, 결국 지난 15년간 3편의 작품을 통해 항상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곤했다. 장난감이 아닌 진짜로 존재하는 친구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이 작품을 끝으로 한동안 또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버릴 것 같다. 물론 아직 그들이 정말 먼 훗날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그동안 우디와 버즈 그리고 많은 장난감 친구들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고, 자신들의 역할에 너무나도 충실했다. 정말 그들이 존재한다면 감사를 표하고싶다. 더불어 픽사의 제작진들에게도 말이다. 이제 정말 이별인 것 같다. 물론 확정된 건 아니지만... 만약 그들이 정말 우리 옆에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디, 버즈, 슬링키, 포테이토헤드, 렉스 그리고 많은 장난감들아 수고했어"라고 말이다.

P.S는 내용 그 자체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으니 영화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마세요...

P.S 리뷰 쓰고 난 뒤 찾아보니, 내년 <카2>의 오프닝으로 <우디와 버즈>라는 단편 작품 상영 예정이랍니다. 그리고 최근 리 언크리치 감독은 인터뷰에서 제작비, 아이디어, 사람들의 열망이 있다면 우디와 버즈의 생명력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어쨋든 지금으로서 확정된건 이 단편 하나 뿐이니 아직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보통 픽사 작품 하나가 기획에서 제작완료까지 못해도 3년은 걸리니 아마 단순 계산으로만 따지면 2014년이나 2015년 차기작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보면 픽사의 작품이 기획에서부터 제작 완료까지 적어도 못해도 3년 걸린다는 건 지금 현재 2014년이나 2015년에 개봉할 작품들은 이미 기획중이거나 아이디어 구상중에 있다는 말이기도하죠. 픽사의 제작진들이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곧 바로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 구상 및 기획에 들어갈리가 없으니...아마 정말로 차기작이 나온다면, 2016년 또는 2017년쯤을 기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