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인셉션] 두뇌 활동 20배의 법칙, 우리는 낚인건가?

ksge7 2010. 8. 11. 12:18


※ 스포일러 심합니다. 그리고 영화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설정을 아셔야 글의 이해가 수월해집니다.

최근 국내 관객수 400만을 넘긴 <인셉션>은 영화관에서 뿐 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그 화제의 원인은 바로 불분명한 <인셉션>의 엔딩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코브가 아직 꿈 속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로 돌아와 진정한 해피엔딩을 이뤘는지 마침표를 확실히 찍어주지 않은 엔딩 덕분에 네티즌들은 연일 이 엔딩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토템, 킥, 림보와 같이 영화 속 세계관을 움직이는 설정으로 토론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설정 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꼬집어서 "토템은 무의식에서도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꿈은 엔딩이다."와 같은 주장을 하는 한편, 어떤 분들은 "설정이 명확하지 않아도 최소한 영화 속 가장 기본적인 설정조차 의심하면 영화가 진행이 되겠느냐"며 노멀 엔딩 그러니깐 즉 코브가 현실로 돌아온 엔딩이 진실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도 <인셉션>을 처음 봤을 땐, 이러한 설정을 이용해 엔딩의 진실을 밝히려는 글들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전 사실 개인적으론 <인셉션>의 엔딩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영화 속에 제가 눈치채지 못한 충격적인 사실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 <인셉션>의 세계를 움직이는 각종 설정들을 둘러싼 계속되는 공방에도 불구하고 <인셉션>의 진짜 엔딩은 무엇인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고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아마도 <인셉션>에 나오는 각종 설정들이 불완전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인셉션>에 나오는 꿈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킥, 림보, 토템과 같은 다양한 설정들은 관객들에게 단순히 엔딩의 진실을 추리하기 위한 힌트로써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고 놀란 감독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불완전전한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깐 이러한 설정들의 대부분은 어떤 하나의 완벽한 세계 즉 놀란의 꿈의 세계를 설명하기위해 불완전하게 만들어진 설정이지, 그 각각의 설정들은 절대로 어떠한 완전무결한 이론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조그마한 설정을 통해 역으로 놀란의 세계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매번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하구요. 이렇게만 말하면 굉장히 복잡하니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설명해드릴 것은 바로 <인셉션>의 세상 속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설정 중 하나인 두뇌 활동 20배의 법칙입니다. 꿈의 단계가 높아질 수록 두뇌 활동은 20배로 늘어나고, 꿈 속에서의 체감 시간은 전 단계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현실에서 1시간은 1단계 꿈에서는 20시간으로 환산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이론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두뇌활동 20배의 법칙을 통해, 상위 레벨의 꿈으로 갈수록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후반부 나오는 림보 속에서 수십년을 보낸 늙은 사이토는 실제 시간으로는 몇 시간을 보낸 것일까요? 이건 상위 레벨의 꿈으로 갈수록 시간이 곱하기 20이 되는 걸 역으로 나눠서 적용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사이토가 림보에 있던 시간은 대략 50년 정도로 추정해서 계산합니다.)

 사이토가 림보 속에서 보낸 시간  - 438,000시간  (50년*365일*24시간)
 림보의 시간을 3단계 꿈의 시간으로 환산시  - 21,900시간   (438000 / 20)
 림보의 시간을 2단계 꿈의 시간으로 환산시  - 1,059시간    (21900 / 20)
 림보의 시간을 1단계 꿈의 시간으로 환산시  - 52.95시간   (1059 / 20)
 림보의 시간을 현실의 시간으로 환산시  - 2.6475시간 (52.95 / 20)

대략 결과는 이렇게 나옵니다. 사이토가 만약 림보에서 약 50년 즉 438,000 시간을 보냈다면, 이것은 현실에서 약 2.6시간 즉 2시간 3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낸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분들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코브가 사이토를 찾아가고나서 둘이 현실로 돌아온 뒤 기내 방송이 나오죠. LA 도착까지 약 20분 남았다고요. 즉 사이토는 현실의 시간으로 약 8~9시간 이상을 림보 속에서 갖혀지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현실 시간을 8시간이라 치고 림보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사이토는 약 1280,000 시간 즉 146년 이상을 림보에서 지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건 즉 코브가 림보에 갖혀있는 사이토를 찾아갔을 때 림보의 나이가 약 200살에 가까웠다는 황당한 내용입니다.

간혹 앞서 1단계 꿈에서 살아있을 때 시간은 안치느냐고 따지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사이토가 코브 일행과 함께 1단계 꿈에 진입한 뒤 사망할 때까지 시간은 1단계의 시간으로 약 3시간이 채 안걸립니다. 즉 현실의 시간으로 따지면 대략 9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죠. 그러니깐 정리하자면 약 10시간의 비행 시간 중 비행기 이륙 및 코브가 피셔에게 수면제 먹이는 시간 약 30분, 사이토와 코브가 눈을 뜨고나서 남아있는 20분을 제외하고 남은 9시간 동안 코브 일행은 꿈 속에서 인셉션 작전을 벌였는데, 사이토는 그 시간의 대부분을 림보에서 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림보의 시간으로 146년 이상 그곳에서 코브를 기다렸다는 것이죠. 참 당황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론 이건 좀 쪼잔하다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영화 상에서 20배의 법칙 그 자체도 굉장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중간에 '현실 시간으로 10시간이면 1단계 꿈에서 1주일, 2단계 꿈에서 6개월, 3단계 꿈에서 10년'이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단계별로 시간이 약 20배가까이 느리게 가고 있다고 간단히 설명해주죠. 그러나 이 날짜들을 정확히 따져보면 단계별 시간가속 20배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실  10시간 
 시간 가속시간  16.8배
 1단계  일주일 
 시간 가속시간  26.1배
 2단계  6개월
 시간 가속시간  20배
 3단계  10년

단계별 시간가속 20배의 법칙은 마지막 2 → 3단계에서만 지켜지고 있죠. 사실 21배나 19배 이정도 차이만 나도 괜찮겠다싶은데, 단계별 시간 가속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죠. 물론 관객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해준다고해도 생각보다 꽤  법칙이 어긋나있습니다.

이와 같이 단계별 시간 가속 법칙은 <인셉션>의 세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설정임에도 필요할 땐 딱 지켜지고, 아닐 땐 무시되는 그런 법칙이 되고 있습니다. 이외에 다른 것들은 어떨까요?

림보에서 자살이나 킥을 할 경우 어느 단계로 가게 되는가?에 대한 문제도 굉장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요. 코브와 멜 그리고 후반부 사이토와 코브가 림보에서 자살하고 바로 현실로 넘어오는 장면들을 모두들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아리아드네는 피셔와 함께 자살 혹은 킥을 했는데, 3단계 꿈부터 차근차근히 단계를 밟아서 1단계 꿈에서 깨어나게 되죠.

그리고 코브와 림보와 관련된 건도 좀 이상한데, 코브 일행들은 유서프의 강력한 약 때문에 꿈에서 사망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림보라는 무의식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브 일행 중 사이토는 1단계에서 총을 맞고 사망함으로써 림보에 빠지게 되죠. 그리고 곧이어 익사로 사망한 코브도 림보로 빠지게됩니다. 그러면 영화 맨 처음 시작할 때, 늙은 사이토와 코브가 만나는 장면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정작 두명의 사망 시각은 사이토가 나이를 그렇게 먹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죠. 그런데 사이토는 폭삭 늙고, 코브는 그대로 입니다.

유서프 역할을 맡은 딜립 라오가 인터뷰에서 인식의 차이로 인해 늙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런데 사이토도 애초에 자기가 림보로 빠질 것이란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1단계 꿈에서 말이죠. 그리고 사이토가 죽고 얼마 안있어 코브가 뒤따라 익사로 죽어서 금방 그를 찾아오게 되죠. 1단계의 짧은 시간이지만, 림보에서 긴 시간으로 치환되는 걸 보면 사이토가 림보에 도착하고 코브가 뒤따라오는 것이 대략 길게잡아 1~2주 될텐데요. 그 사이 사이토가 여기가 림보인지 아닌지 햇갈리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궁전을 짓고 그렇게 폭삭 늙었다는 것도 좀 이상한 점입니다.

어떤 분은 림보에 있던 코브가 익사로 인해 다시 림보로 한 번 더 들어간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사이토를 찾아다녔다는데...위에 말했듯 사이토는 약효 다 될 때까지 살면 대략 200살입니다. 근 150년 이상을 사이토를 찾아서 코브가 혜매고 다녔다는데 이것도 사실 현실성이 극히 떨어지는 내용이죠. 게다가 코브는 꿈 속에서 죽어도 림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하구요.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요. 사실 이 글 쓰면서 다른 분들 글을 읽어보기도 했는데...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매우 좋아하고 그렇지만... 그가 아무리 치밀하다고 그래도 영화 상에서 모든 요소들에 대해 완벽한 제어를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놀란에게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 설명해달라고 하면 분명 그는 설명을 해낼 수 있을겁니다. 왜냐하면 그는 <인셉션> 드림월드의 창조주니까요. 없는 부분은 만들고, 있는 부분은 수정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때 분명 미리 자신이 만들어놓은 세계관에서 한 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 때문에 이런 저런 설정들이 새로 들어가기도하고 빠지기도 하면서 새롭게 이야기가 구성되다보니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부분도 생기는거구요. 물론 어떤 분이 쓰신 총 정리처럼 정말 놀란이 그렇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완벽한 시나리오를 자신이 충분히 의식하면서 쓰고 촬영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볼 때 영화 상에서 별다른 설명없이 상황이 비약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꽤 많은데 어느 정도 이야기 전개상 감독 입장에서도 설명이 애매한 부분도 있으리라 봅니다.

어쨋든 이야기가 계속 길어지고 있는데, 정리하자면 <인셉션>에 나오는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설정들에 대해 설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모든 것을 완벽히 제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사실상 영화 상에선 너무나 생략된 부분이 많습니다. 결국 네티즌들은 가설이나 기존의 그의 영화를 보고 그저 추측하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죠.

저는 차라리 그래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애초에 놀란 감독은 자신이 논란이 될만한 장면들을 찍으며 아무 생각도 안했을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논란이 될 줄 알고도 일부러 집어 넣은 것이죠. 멀티 엔딩을 유도한다든지, 아니면 지금처럼 인터넷 상에서 떠들썩한 킥이나 림보와 같은 개념을 영화 속에 집어넣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가 진짜로 유도하는 엔딩은 하나입니다. 바로 현실이죠. 왜그러냐구요? 현재 <인셉션>에서 가설없이 엔딩에 관해 온전히 설명 가능한 요소는 대략 2가지 입니다. 바로 반지와 토템입니다.

우선 토템부터 말씀드리면 토템은 비록 마지막에 쓰러지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무한 토템과 달리 마지막에 다소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는 점을 비롯해 아이들이 나오는 장면은 전에 그가 보았던 기억과는 다소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즉 놀란은 현실 엔딩을 준비하면서도 그 차이를 미묘하게 비틀어서 사람들이 엔딩에 대해 확신하는 것을 막은 것이지요. 하지만 결국 그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간 것은 현실 엔딩입니다.

그 이외의 엔딩들에 대해선 여전히 분분한 논란이 있지요. 반대로 현실엔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설마 이때이런거 아니야? 라는 정도의 가설 뿐이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인셉션>에서 가장 절대적인 설정을 갖는 것. 바로 반지입니다. 아마 2회차 보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코브의 왼쪽 4번째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반지. 그러니깐 결혼반지는 그가 꿈이나 무의식에 있을 때만 드러납니다. 그외 현실에 있을때는 반지가 없죠. 이것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절대로 변하지 않는 설정입니다.

아 물론 한 두번 변하는 부분이 있군요. 코브가 멜이 호텔에서 자살하기 직전을 회상할 때와 림보에서 멜과 탈출하고 나서 직후인가. 어쨋든 코브가 과거 회상 중 현실 장면에선 반지가 보이지만, 아내가 자살한 뒤 현실에선 반지가 보이지 않게 되죠. 어쨋든 현재로서 반지에 대해선 거의 반박할만한 이야기가 없어보입니다.

어쨋든 제가 볼 때 놀란은 비록 자신은 현실 엔딩을 준비했지만, 일부러 영화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영화 곳곳에 일부러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들을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애초에 다양한 설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없이 비약적으로 상황이 변하는 것도 그렇구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개념을 다루고있기에 계속 영화 속 세계에 대해 주인공 코브가 설명해주는데 반해...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되는 비약적인 상황에 대해선 아예 설명도 없이 탁탁 끊고 넘어가고 있죠.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선 편집하면서 이래저래 어쩔수없이 잘라버린 부분도 있겠지만 말이죠.

어쨋든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단 놀란이 현실엔딩을 베이스로 준비했으나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기위해 일부러 논란이 될만한 장면들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러니 뭐 <인셉션>은 멀티엔딩일수도 있다는 겁니다. 뭐 사실 엔딩이 꿈이라고 하는 의견에 반박하기위해 글을 썼지만, 아무래도 쓰다보니 어쩔수없는 멀티엔딩으로 실리네요. 아무래도 영화상의 베이스 엔딩이 현실엔딩이라고해도 사람들이 보는 관점은 제각기 다르고 놀란도 그걸 의식해서 일부러 의견이 분분한 장면을 일부러 넣었으니 말이죠.

P.S 사실 이 글 처음 쓰면서는 결국 지금 토템, 킥 어쩌고 그러면서 엔딩에 대해서 분분하지만 결국 그 설정들은 오류가 있다.라고 하면서 결국 그 설정들 가지고는 이야기하며 가설 세우고 계속 새로운 엔딩설을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 반박하려했습니다..하지만 쓰다보니 놀란이 일부러 멀티엔딩을 의도하려고 떡밥 뿌렸다는 느낌이 솔솔 들면서 글이 좀 의도치 않게 이상하게 변했더군요=_=. 밤새고 벌써 오랜시간 쓴 글이니...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근데 진짜 이번 <인셉션>은 확실히 떡밥 확 뿌린 영화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