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킹스 스피치] 작지만 단단한 실내악 같은 영화

ksge7 2011. 4. 6. 07:30


줄거리:
 
영국 왕위 서열 2위지만, 말더듬이에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휩싸인 버티.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큰 일이 벌어졌다. 바로 왕위 서열 1위인 형이 왕위를 포기한 것이다. 결국 말 더듬이에 나약한 성격의 버티는 갑작스런 왕직 수행을 성실히 해내기 위해 괴짜 언어 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 말 더듬이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데...

감상:

<킹스스피치>는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같은 영화라기보단 작지만 연주자끼리의 긴밀한 호흡을 요구하는 실내악 같은 영화다. 영화는 영국 역사에서 가장 사랑 받는 왕 중 한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화려하거나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그 화려한 신분에 비해 평범한 어쩌면 그보다 더 못난 영국왕 조지 6세의 눈물 나는 콤플렉스 극복기를 작지만 내실 있게 그려내고 있다.

<킹스스피치>는 역사 속 유명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음에도 일반적인 전기 영화의 방식이 아닌 성장 영화의 방식으로 인물에게 접근한다. 영화는 그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고뇌와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그의 성장에 집중한다.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왕실의 화려함이나 고상함을 드러내기 보단 오히려 두 주인공인 조지 6세와 라이오넬 로그에게 온전히 초점을 맞춘 것을 보면 그러한 점을 알 수 있다. 덕분에 <킹스스피치>는 조지 6세를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왕이 아닌 평민과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는 한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조지 6세를 이렇게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내는데는 물론 톰 후퍼의 연출 방향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인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의 몫이 컸다. 특히 콜린 퍼스의 연기는 단순한 흉내를 넘어서 조지 6세 그 자체였고(특히 어버버 거리면서 욕하는 장면이나 2차 대전 개전 연설 장면에서 그렇다.), 제프리 러쉬는 영화 등장 5분도 안되서 관객들에게서 캡틴 바르보사의 이미지를 지워버리고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둘의 연기는 서로 앙상블을 맞출 때 더욱 멋지게 빛난다.(특히 둘이 안개낀 영국 거리를 걷는 시퀀스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사실 보고나면 아카데미 주요상(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다 휩쓸었다고 보기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긴 하나, 다른 건 다 둘째치고 주연들의 열연때문이라도 꼭 봐야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