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고백] 당신에게 생명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가요?

ksge7 2011. 4. 10. 13:48



※ 이 글에는 영화 <고백>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산만한 1학년 교실에서 담임 교사 유코가 아이들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시작한다. 바로 얼마 전 학교에서 죽은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이 교실 안에 있다고 말이다. 그녀의 딸이 사고사로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들은 충격에 휩싸이고, 유코는 딸을 죽인 범인 A와 B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청소년 보호법으로 인해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 둘에게 법을 대신하여 벌을 내리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감상:

<고백>은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시대에 대해 말한다. 피의자인 슈야와 나오키는 각각 관심받고 싶어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나서 둘은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고 일말의 죄책감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소름끼치는건 피의자들이 아닌 피의자를 둘러싼 반 아이들. 피의자의 주변 다시 말해 사회의 모습이다. 첫 시퀀스, 교사인 유코는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죽음의 무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산만하며 심지어는 죽음을 자신들의 유희거리로 전락시킨다. 그 뒤의 모습은 더 가관이다. 그들은 피의자를 괴롭히며, 그들에게 죽음을 강요한다. 직접 죽음을 실행하진 않지만, 그들 또한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가벼이 여기고 있다. 아니 오히려 가벼운 팝 음악에 몸을 흔들고 웃으면서 "죽어"라고 말할 때는 피의자들보다 더 섬뜩한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고백>이 죽음을 가볍게 보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 속 영상과 음악은 죽음과 어울리지 않게 감각적이고 신나지만, 그것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가벼움 속에서 죽음이 다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관객들에게 죽음의 무게가 정말 가벼운가 다시 한번 묻고 있다.

그리고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자들에 대한 복수가 철저하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태도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의 중반부, 얼핏보면 영화는 피의자들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를 알려주며, 그들을 보듬어 주는 듯 보인다. 그들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은 악(惡)해서가 아니라 주변 상황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피의자 개인의 사정은 유코가 그들에게 행하는 복수의 실마리가 된다. 슈야의 마더 콤플렉스는 그녀의 어머니를 죽이고 나오키 엄마의 과잉보호는 나오키의 엄마 자신을 죽이고 아들을 정신병자로 만든다. 그들은 잠시나마 동정받는 듯 했지만 결국 남의 생명을 가벼이 여긴 대가로 지옥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버린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청소년 보호법에 대한 의제를 던지고, 시종일관 그것이 정당한가 그리고 피의자들이 구제받을 가치가 있는가 관객들에게 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청소년 보호법의 존폐여부가 아닌 우리 사회와 개인이 죽음을 어떻게 여기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란 말처럼 그동안 많은 문학작품이나 영화들은 아이들과 학교라는 배경을 통해 우리 사회를 묘사해왔다. <고백> 또한 어느 정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고백>은 교실과 아이들, 청소년 보호법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은 어떤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탐구하는 탐구서 같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