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하하하] 여름의 문턱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하하하

ksge7 2010. 5. 15. 12:42


줄거리: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문경'(김상경)은 한국을 떠나기 전, 선배 '중식'(유준상)을 만나 함께 청계산을 간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던 둘은 술자리를 벌이게 되고, 막걸리 한잔에 서로의 이야기를 하나 둘 씩 주고 받는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문경'과 '중식' 모두 며칠 전 통영에 다녀온 것을 알게 되는데...과연 통영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감상:

<하하하>를 아마 홍상수 감독님의 첫 작품으로 본 사람은 관람 후에 아마도 묘한 감정이 들 것이다. '이 영화가 말하려는게 뭐지?'부터 시작해서 '왜이리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지?'와 같은 물음들과 함께 말이다. 나 또한 그런 느낌이 들었고 많은 이들이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처음 볼때 느끼는 느낌이리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하하>는 기존의 영화들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는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있던 것들이 많이 사라져있다. 특별한 연출이나 카메라 기법도 없고, 큰 사건도 없고, 영화적인 인물도 없어보인다. 어떻게 보면 다른 영화에 비해서 무언가 부족해보일지 모르지만, <하하하>는 이런 낯설음과 부족함 속에서 더욱 인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적인 연출, 사건, 인물이 없기에 <하하하>는 왠지 너무나 낯설다. 하지만 이 낯설음은 오히려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의 삶이 화려하고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가? 영화는 이런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녹아있는 행동과 말을 영화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영화는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과 말은 우리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친밀감과 동시에 동질감, 불쾌감을 느낀다.

흔히 우리는 타인에게 속 마음이 드러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하게 여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말의 의도가 남들에겐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하하하>는 이런 우리의 생각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뒤흔들어놓는다. 영화 속 인물의 행동과 말은 우리와 닮아있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친밀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인물들이 하는 행동과 말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읽어낼수 있을 때 우리는 문득 불쾌감을 느낀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말들과 행동에서 우리의 속 마음은 남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틀린 것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상하거나 찌질한 행동에 웃으면서도 왠지 모를 마음 한구석 불편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하하>는 이렇게 기존의 영화와 다른 노선을 걸으면서도 너무나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하하하>는 이렇게 파고들면 굉장히 어려운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영화 자체가 이야기하는 바는 굉장히 직관적이면서도 간단하다. 영화 중간 이순신 장군(김영호)이 나와서 하는 말이 있다. "니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생각해라, 그리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해라"라는 말이다. 바로 이 말이 '하하하'가 하고 싶은 말이다. 즉 무엇을 보든 남의 것보단 일단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사는 홍상수 감독이 지향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연출과도 맞닿아있으며, 영화 전반에서 은연히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남의 눈을 빌리지 않고 자신만의 눈과 생각으로 사물을 마음 속에 받아들이는 것. 홍상수 감독은 이 말을 <하하하>에서 자연스러운 연출과 인물을 통해 강요하지 않고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 의도에 맞게 홍상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박적이고 억지로 알아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느끼면 된다.

지금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도 했는데,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다 잊고 영화를 보고 자신이 느낀 것만 마음에 새겨라. 그게 바로 <하하하>를 느끼는 진짜 방법인 것 같다.

※ 영화는 남의 눈과 생각을 빌리지 말고 자신의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에 새기라고 관객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생각에 동의해서 이 영화 감상을 그냥 다른 쓸데없는 말 안쓰고 기분좋게 간단하게 쓰려고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분량채우기용 쓸데없는 이야기만 나온 것 같다...역시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차이가 큰 것 같다.

※ 이 글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이미지와 관련된 모든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