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하녀] 치정극의 가면을 쓴 사회극
ksge7
2010. 5. 17. 08:20
<글에는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어요>
줄거리:
이혼 후 식당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던 '은이'(전도연)는 운좋게도 기회를 잡아 상류층 집안의 하녀로 취직하게 된다. 그녀가 일하게 될 대저택엔 주인 '훈'(이정재), 임신중인 젊은 아내 '해라'(서우) 그리고 여섯살 난 '나미'가 살고 있고, '은이'는 나이든 하녀 '병식'을 도와 그들의 수발을 돕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세 가족과 별장에 가게 된 '은이'는 야심한 밤 주인 '훈'의 유혹을 받고 그와 관계를 맺게 된다.
감상:
영화 <하녀>는 주인공인 '은이'가 자신이 일하는 대저택의 주인인 '훈'과 관계를 맺게되고 난 뒤 집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영화다. 아마 영화를 보고나면 '은이'와 '훈'의 관계, 예기치 못한 임신 그리고 해라와의 갈등까지 관객들은 <하녀>를 치정극처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하녀>는 치정극이 아닌 치정극의 가면을 쓴 사회극이다.
영화는 평범한 중산층이자 순진한 '은이'의 삶에서 시작된다. 밤의 거리에서 식당일을 하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상류층 대저택의 '하녀'로 일하게되고 그 곳에서 비록 주늑들고 소심하게 굴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일하면서 대저택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인 '훈'의 가족과 함께 간 별장 여행에서 그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녀의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집안에서 가장 낮은 권력을 가졌기에 항상 눈치보고 적응 못하던 그녀는 '훈'과의 잠자리 이후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변한다. 그녀의 성격상 아마도 그와의 잠자리를 이용하려던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덕분에 적어도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나 집안에서 권력이 조금은 올라갔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훈'은 그녀에게 막대한 액수의 수표를 건내며 그녀와의 부적절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자신과의 계급상의 위치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으려 한다.
이러한 장면은 이후에도 여러 번 볼 수 있는데, '훈'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은 '은이'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잘못했단 사과 한마디 없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결국 그들은 '은이'에게 어떠한 계급상의 위치 변화를 만들 구실은 주지도 않을 뿐더러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기려 하면 돈으로 미리 변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구축한 계급의 공고함이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바로 '은이'의 예상치 못한 임신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바뀌는 것은 없었다. 임신 사실을 미리 알고있던 '해라'와 그의 친정어머니 '미희'는 여전히 그들의 권력과 계급을 공고히 하기 위해 행동할 뿐이었다. 모녀는 임신 사실을 모르는 '은이'의 아이를 낙태 시키기 위해 그녀에게 위해를 가하고 그녀가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나선 협박과 감금을 통해 그녀에게 낙태를 강요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은이'는 돈도 필요없고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아이만 낳았으면 하지만 결국은 그 아이를 낳고자 하는 욕망은 권력과 계급을 지키려는 모녀의 욕망 앞에서 무참히 짓밟히게 된다.
결국 '은이'는 낙태 수술 이후 복수를 결심하지만 순진하고 평범한 그녀는 차마 그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은 저지르지 못하고 (만약 한다고해도 그렇게 할 순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소심한 복수를 이뤄낸다. 하지만 그녀가 '병식'에게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이 복수는 그저 찍소리일 뿐이었는데, 그녀가 죽고 난 뒤에도 '훈'과 그의 가족들은 평범하게 생일 파티를 하고 여전히 그들만의 부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하녀>는 앞서 말했듯 겉으로는 치정극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그 뒤로는 부를 가진자가 권력과 계급을 지키기 위해 행하는 치졸함과 비인간적인 행위을 폭로하는 사회극으로서 역할을 한다. 결국 하녀인 '은이'는 거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계급의 밑바닥에서 기본적인 욕망조차 억압당한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고, '훈'과 그의 가족들은 '은이'와는 반대로 자신들의 권력과 계급을 공고히 하기 위해 어떠한 행위도 서슴치 않는 잔인한 일부 왜곡된 상류 계층의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현실을 반영하듯 영화 <하녀>는 냉정하게 '은이'를 권력과 계급의 희생앙으로 만들어 버리고 막을 내린다.
※ 대부분의 관객들이 마지막 '은이'의 복수와 바로 이어진 생일 파티를 통해서 '은이'의 복수가 실패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긴하겠지만 임상수 감독님은 시네21과의 인터뷰에서 '훈' 또한 어린시절 아버지의 잦은 외도와 사고를 통해 그렇게 괴물로 성장했을 것이라면서 마지막 '은이'의 죽음을 마음 속에 새긴 '나미' 또한 그 사건을 묻어버리려고 하는 부모님 밑에서 그녀의 죽음을 꺼내서 없앨 수 있도록 치유하지 못한다면, '나미'도 괴물로 성장할지 모른다고 하였다. 물론 영화를 보고나서 감상은 자유지만 그래도 참고 삼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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