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그린존] 진정으로 옳은 것은 무엇인가

ksge7 2010. 3. 27. 02:11

 


줄거리:


2003년, 미국은 이라크 내 대규모 살상무기가 있음을 감지하고, 세계평화라는 명목하에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 결국 이라크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 무릎을 꿇고 미국은 전쟁의 도화선이 된 대규모 살상 무기를 찾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 육군 로이 밀러 준위는 이라크 전역에서 자신의 팀을 이끌고 대규모 살상 무기 수색 작전에 참가하게 되지만 매번 수색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대규모 살상무기는 찾을 수 없었다. 로이 밀러는 이 작전이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뒤로 몰래 이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감상: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고 관람 뒤 실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아마 첩보액션물의 명작인 본시리즈의 감독인 폴그린그래스와 멧데이먼이 만나 멋진 액션물을 찍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왠걸.. 이라크전을 다룬 이 영화는 본격 액션도 아니고 오히려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가진 영화이기에 그런듯하다. 그러나 나는 다행히도 본시리즈는 재미있게 봤지만 <그린존>에 대해선 전혀 기대도 안하고 보았기에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은 관심이 없어서 그냥 한번 쯤 보고 아무생각없이 넘어가거나 아예 안볼 영화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본격 정치 액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좀더 오락성을 띤 본 시리즈와는 다른 성향의 작품으로 액션영화의 형식을 빌린 정치 영화같은 느낌으로 실제로 일어났던 이라크전에 픽션을 가미해 찍은 팩션 작품이다. 그 결과 감독은 기존에 일어났던 사실인 이라크전을 자신이 만들어낸 픽션속의 인물과 사건들로 비판하고 있는데 영화는 단순 전쟁 비판에서 더 나아가 영화와 실제 전쟁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었던 대량 살상무기의 여부를 둘러싼 대립을 통해서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과 탐욕 그리고 무책임한 태도까지 비판하고 있다. 

래서 영화는 액션씬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사안을 둘러싼 미국에 대한 비판을 중심에 두고 그러한 주제를 약간의 액션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런 점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와 어긋났고 나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왠지 정치 영화라고 느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별로 본시리즈 스타일의 영화를 기대한 것이 아니기에 실망한 이들과 달리 적절한 액션과 스토리의 조합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본질적으론 팩션 영화이지만 사실처럼 이야기를 이끄는 전개였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폴 그린 그래스 감독은 영화가 팩션이긴하지만 실제사건이 있었던 것과 같은 느낌을 주려한 것 같다.

특히 이 영화의 무대이자 미국을 비판하는 소재가 되는 이라크전 및 전후 사건에 대해선  최대한 손을 대지않았으며, 그 위에 픽션으로 인물간의 갈등과 주제의식들을 조심스럽고 과장되지 않게 살짝 얹혀놓아서 영화를 사실처럼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사실과 픽션이 적절히 조합된 이야기가 과장되지 않고 실제있던 사건처럼 보이게 하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고 그 결과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들을 적절히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영화가 사실적이 되는데는 연출 이외에도 촬영 기법과 세트도 한 몫을 하고있는데 먼저 영화에서 많은 액션씬을 소화한 핸드헬드기법과 거친 입자의 화면들은 그야말로 다큐멘터리의 한장면을 보는 듯한 전장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고 있다. 비록 핸드헬드때문에 좀 어지럽다는 사람도 있지만 클로버 필드같은 것에 비하면 양반인지라 나는 적절한 사실감덕분에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를 보며 제일 놀란건 바로 영화 촬영장들이었다.
실제로는 스페인, 영국, 모로코 3개국에서 영화를 촬영했다고 하는데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정말 이라크에서 촬영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전쟁으로 망가진 이라크의 모습을 비롯한 여러 상황들이 잘 묘사 되있다. 그리고 한편으론 왠지 모르게 이라크가 영화찍을 정도면 한번쯤 가보고 싶단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현장감을 살린 전개에 재미있는 영화이긴했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하다.
먼저 실제 이라크 전이라는 사건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일까? 영화의 전개가 너무 뻔히 드러나는 것이 좀 아쉬웠다. 물론 이라크전은 2003년에 일어났고 돌이킬 수 없는 그리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나 그래도 스토리에 있어서 좀 더 뒷 부분을 예상치 못하게 살짝 의도적으로 숨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결말은 뻔히 보여도 전개 자체가 재미있어 큰 불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신경써서 관객의 예측을 어느정도 차단해서 궁금증을 더 유발시켰다면 영화적 재미가 한층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존>은 장점이 더 많은 영화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낚였다는 표현으로 비판하기엔 아쉬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어쩌면 이건 홍보사의 거지같은 마케팅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생각도 많이 들긴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린존>을 보게 된다면 본시리즈와는 별도로 봐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본시리즈 후속편은 따로 준비되어있으니 이 영화는 본시리즈의 첩보액션과는 다른 생각할 거리가 많은 강한 메세지를 가진 작품이라 생각하고 봤으면 한다.

여담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일제시대와 우리나라의 독립 이후 상황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그대로 비교하기엔 무리겠지만 그래도 강대국들의 통치를 피해 독립하려는 옛 우리나라가 생각나기도했고 이승만 대통령도 생각나고 그랬다. 근데 마침 이 영화 본 날이 이승만 대통령 출생일이었다.. 음.. 뭔가 좀 맞다 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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