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인상적이긴하나, 영감을 얻기엔 부족한 감각의 제국
줄거리:
중년의 대학 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하루 아침에 갑작스런 사고로 연인 짐(매튜 구드)를 잃게된다.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16년 간이나 그를 사랑해온 조지는 너무나 큰 상실감에 빠진다. 그렇게 무기력한 매일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게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감상:
'톰 포드', 1990년대 파산 위기에 빠진 구찌를 구해낸 세계적인 디자이너. 그의 첫 영화 <싱글 맨>은 그의 이런 이력때문인지 다른 영화보다 더 감각적이고 치밀해 보인다.
영화 속엔 그의 디자이너적 기질이 돋보인다. 의상은 명품 카탈로그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하고, 소품과 배경은 너무나도 치밀한 계산하에 배치되있는 느낌이다. 정말로 평범한 커튼의 주름하나까지 '톰 포드'가 미리 설정해놓은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히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영화 속에서 너무 치밀하게 계산된 배경이나 의상은 부자연스러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톰 포드'의 영화는 달랐다. 그의 노련한 감각은 다른 영화라면 자칫 너무 튄다고 욕을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멋지게 조화시킨다. 특히 '조지'의 연인 '짐'의 의상이 그렇다. 그의 의상은 패션쇼에서나 볼 법 한데, 현실로 튀어나와서도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제치고 <싱글 맨>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강렬한 색의 조화와 극단적 클로즈업이다. 주인공 '조지'의 눈을 비롯해 많은 것들이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되는 순간 관객은 영화에 몰입하게 되고, 그와 함께 붉고 파란 색들의 병치가 이루어질 때 관객들은 그야말로 감각적인 것의 극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싱글맨>은 인상적이긴 하나, 영감을 불러일으키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영화는 분명 수려하긴하나, 그 내용들은 직관적으로 파악해내기 힘들다. 앞서 말한 강렬한 클로즈업과 화려한 색의 조화는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지만, 그 의미를 쉬이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런 기교들은 눈은 즐겁게하지만, 스토리나 인물의 깊이를 더하는데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기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긴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화의 내용적 문제는 '콜린 퍼스'의 연기가 상당부분 해결해주고 있다. 그의 연기는 영화 속 인위적이고, 화려한 배경 속에 파묻히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오롯이 나타내고 있다. 특히 <싱글맨>에서 '콜린퍼스'는 기존의 인자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벗어나, 신경질적이면서도 예민한 동성 연애자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라스트 씬으로 갈수록 얼굴이 수척해져서 고뇌에 몸부림치는 그의 연기는 그가 정말 우리가 알던 '콜린 퍼스'가 맞나 의심할 정도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한번 태어난 것 같다.
분명 <싱글맨>은 뛰어난 디자이너 출신이 만든 영화답게 인상적이고 화려한 면모를 보여준다. 아마 최근 본 영화들을 다 합해도 이 영화만큼 시각적으로 큰 인상을 주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반해 영화적인 연출 면에선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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