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방자전] 여기가 조선이냐 한국이냐

ksge7 2010. 6. 9. 08:00



줄거리:

서른이 넘었지만, 여전히 몸종으로 떠돌아다니다 '이몽룡'의 밑으로 들어간 '방자'. 그는 어느날 '몽룡'을 따라 기생집 청풍각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자'는 청풍각 주인 월매의 딸 '춘향'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그러나 그의 주인 '몽룡'도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되고, 방자는 '몽룡'과 '춘향' 사이에서 갈등에 빠지게 된다.


감상:

<방자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춘향전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모두 알겠지만 춘향전의 배경은 조선시대 남원이란 고을로, <방자전> 또한 같은 시대 같은 인물을 차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 전혀 조선시대 같지 않고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영화는 몸종 '방자'가 자신의 주인인 '몽룡'이 점찍어놓은 '춘향'을 탐하는 계급반란으로 시작된다. 조선이 굉장히 엄격한 계급 사회였다는 점에서 볼 때 시작부터 굉장히 파격적인 셈이다. 또한 인물들의 말투도 전혀 고어(古語)스럽지 않다. 딱 들어봐도 말투엔 현대적 느낌이 물씬 묻어나고, '은꼴편', '차게 굴기'처럼 인터넷 용어들을 차용한 단어까지 나오니 말 다했다.

<방자전>에 등장하는 인물간의 계급은 계급 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 계급은 오히려 현대 자본주의 사회와 같이 돈과 권력으로 인해 생긴 계급이다. 영화 초반 돈 많은 상놈이 양반인 '몽룡'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부터, 후에 '방자'가 돈을 좀 벌고나서 '몽룡'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부분에서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다.

<방자전>속에선 이렇게 고전적인 계급체계가 무너졌다. 그렇기에 영화 속 인물들 특히 '방자'는 더욱 자유분방하게 '춘향'과 연애를 할 수 있었고, 우리가 기존에 알던 춘향전의 틀을 과감하게 깰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영화는 뒷심이 좀 부족해보인다. 초중반은 '마노인'의 코미디 연기에 정신 없이 웃고, '방자'와 '몽룡'의 신경전을 보고있으면 시간이 후다닥 간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주인공들의 삼각관계처럼 굉장히 어색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극 후반, 강하게 몰아붙여야 하는 부분에서 주인공들이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지금까지 보여주던 강한 모습은 어디갔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자전>은 꽤 잘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 초반부터 몰아치는 '마노인'의 코미디 연기를 시작으로, 적절한 노출씬, '변학도'의 코미디 연기,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소재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특히 영화 후반부 '방자'의 순애보적 사랑 이야기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방자전>은 영화 포스터나 파격적인 노출씬 때문에 에로틱한 부분만 강조한 영화 정도로 보일수도 있다. 나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랬었다. 그러나 절대 그런 작품이 아니다. 조선시대를 다뤘다고해서 고리타분한 작품도 아니고 오히려 굉장히 현대적이고 웃기고 파격적인 영화다. 만약 <방자전>에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잠시 접어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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