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광기와 욕망으로 가득찬 그 집

ksge7 2010. 6. 11. 08:00


줄거리:

방직공장에서 여공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동식'. 그는 비록 부유하진 않았지만,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고생한 끝에 이층집을 얻게 된다. 꿈에 그리던 새집으로 이사가던 날, 아내가 과로로 쓰러지게 되고 이에 '동식'은 집안에 하녀를 들이기로 한다. 새로 오게된 하녀는 방직공장의 여공으로 약간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와 자식들이 처갓집에 간 저녁, '동식'은 우연히 하녀와 관계를 맺게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하녀는 동식을 협박하며, 그의 가족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감상:

<하녀>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벌써 제작한지 50년이나 지났지만, 요즘 나오는 그 어떤 한국 영화보다도 뛰어난 느낌이다. 정말 너무나도 세련되고 강렬한 작품으로 한국 영화 역사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 역사에 견주어봐도 충분히 명작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만한 영화다.

<하녀>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세트다. 현재 새로 리메이크된 <하녀>와 마찬가지로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60년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세련되고 현대적인 세트를 자랑한다. 특히 이 영화 속 세트를 비롯해 가구와 소품들까지 전부 김기영 감독이 신경써서 제작한 것이라고 하니 그가 이 세트들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세트들은 단순히 시각적 화려함만을 위해 만들진 것은 아니다.

김기영 감독은 이 세트를 영화 연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하녀>의 이층집 세트는 영화 속 공간을 윗층과 아래층으로 나누어 인물들의 대립을 시각화시키고 있으며, 이층의 베란다 창문은 하녀와 '동식'가족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나타내고 있다. 이외에도 '김기영' 감독은 집안의 계단을 이용해 아슬아슬한 서스펜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기묘한 소품과 벽을 통해 영화 속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하녀> 속 세트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항상 살아움직이는 상징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하녀>에는 또 한가지 인물들을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가 등장하는데 바로 소리다. 영화 속에는 귀를 찢을 듯한 효과음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관객들의 긴장을 유발할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혼란 속에 빠진 현장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영화에서 자주들리는 피아노 소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데, 특히 하녀가 치는 피아노 소리는 그녀의 변화에 따라 갈수록 망가지고 격해진다.

<하녀>는 배우들의 연기 뿐 아니라 이렇게 세트와 효과음 하나까지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에 극적인 감정의 폭발이 이루어진다. 지키려는자의 욕망, 빼앗으려는 자의 욕망 그리고 서로 시기하며 생기는 광기까지 영화 속 엔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여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기묘한 세트와 효과음이 더해지면서 <하녀>는 그야말로 방금 폭발한 화산처럼 영화 속 극적인 감정을 스크린을 넘어 영화관 전체에 가득 퍼뜨린다.

<하녀>는 앞서 말했듯이 정말 50년 전 만들어진 작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작품이다. 물론 요즘 작품과 비교하여 연출이나 편집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정말 대단한 수준이다. 세트와 음향효과의 적극적 활용, 배우들의 극적인 연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출까지 <하녀>는 그야말로 김기영 감독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지나가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는 작품이 있다. <모던타임즈>, <싸이코>, <메트로폴리스> 등 과 같이 필름색이 흑백이거나 무성영화 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작품을 명작이라 부른다. <하녀>도 5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 특유의 미장센과 뛰어난 연출력을 통해 빛을 내고 있다. 이정도라면 시대를 이겨내는 뛰어난 명작으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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