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축구의 신: 마라도나] 인간이 되고 싶어한 신

ksge7 2010. 6. 13. 15:56


줄거리: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8강전. 전 세계 사람들은 바로 이 날을 축구가 시작된 이래 어떠한 순간보다 더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바로 '마라도나'의 '신의 손'과 '세기의 골'이 터진 날이기 때문이다. 골키퍼와 1대1상황에서 손을 이용해 골은 넣은 '신의 손'에 의한 골, 그리고 하프라인에서부터 50여 미터를 드리블하며 골을 넣은 '세기의 골'. 이 두골은 이 후 '마라도나'를 축구계의 이슈 메이커이자 축구의 신으로 만드는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후 20년동안 '마라도나'는 코카인 중독, 과다한 비만, 알콜 중독 등으로 그야말로 축구계의 악동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칸 영화제 3회 수상,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에 빛나는 영화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는 마라도나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저 신 아니면 악동으로 취급받던 마라도나의 진짜 모습을 보고자 아르헨티나로 향한다.

감상:

'마라도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축구의 신, 신의 손, 드리블, 악동...과 같은 여러 이미지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간 마라도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마라도나'는 그동안 축구 아니면 그가 일으키는 트러블로 대변되어왔다.

그러나 영화는 그를 축구 선수가 아닌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혁명가로서 비춘다. 영화 속 '마라도나'는 우리가 알던 기자들한테 총이나 쏘고, 마약이나 하던 '마라도나'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자신이 과거에 했던 잘못된 일들에 대해 늬우치고 뼈저린 반성을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영화는 '마라도나'의 다양한 모습을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그의 혁명가적인 모습에 주목한다. 그는 축구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존경하고 있으며, 남미의 지도자들과 함께 반미 정치 활동에도 참여한다. 그저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살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머리 속엔 민중과 혁명이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는 누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줄 알고 있으며, 정치인들의 속성도 잘 꿰뚫고 있었다. '마라도나'는 그저 정치인의 꼭두각시가 아닌 한 명의 당당한 혁명가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라도나'를 알아도 너무 잘못 알아왔는지 모른다.

영화엔 '마라도나'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의 얼굴엔 20년 전과 달리 주름이 깊게 파이고, 그 속엔 고뇌가 묻어나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80년대 축구계를 호령했던 신의 모습도 아니고 악동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 얼굴에서 느껴진 그의 진짜 모습은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려는 평범한 아저씨, 딱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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