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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포에버] 마지막이니깐, 쉬엄쉬엄 가도 되지 않을까?영화 감상 2010. 7. 8. 07:00
줄거리:
오랜 모험끝에 공주와 결혼도 하고 귀여운 세 아이까지 낳은 '슈렉'. 하지만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는 '슈렉'에게 또다른 고난이 닥쳐오니, 그것은 바로 현실의 피로감과 부담감이었다. 결혼 이후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올라온 '슈렉'은 결국 아내 '피오나'공주와 싸우고 집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일상을 탈출하여 하루라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슈렉'에게 악한 마법사 '럼펠'이 유혹의 손을 내밀게 되고, '슈렉'은 아무생각없이 자유를 얻고자 그와 계약을 하게 된다.
감상평: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못 만들었다고 별로라고 할지라도, 왠지 보고 있으면 마음이 훈훈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작품이 있다. 나에겐 <슈렉 포에버>가 그런 작품이였다.
지금까지 내가 블로그에 쓴 글을 잘 살펴보면 <슈렉>시리즈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단 걸 알 수 있다. 처음 <슈렉>의 등장은 굉장히 신선했을지 몰라도, 시리즈가 거듭 될 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고, 계속된 우려먹기로 인해 <슈렉>이란 브랜드에 큰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슈렉>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슈렉 포에버>도 이런 악순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디즈니 까기와 블랙코미디로 3D 애니메이션의 최강자로 떠올랐던 <슈렉1>에 비해, 이번 작품은 어떠한 새로움이나 날이 선 코미디도 없었다. <슈렉>은 가장 큰 무기였던 참신함을 잃어버린 것이다. 전편의 캐릭터들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고, 스토리는 너무 평범했다. 그리고 심지어 영화 후반부는 자신들이 싫어하는 디즈니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처럼 보였다. 강력한 포스를 지녔던 <슈렉>시리즈의 마지막이라 하기엔 어딘가 너무나 아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완성도 면에서 좀 부족한 작품일지 몰라도, <슈렉 포에버>는 날 너무나 기분 좋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비록 옛 시리즈에 비해 톡톡 튀는 모습은 좀 줄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어느 정도 남아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란 컨셉과 적절한 디즈니 스타일의 해피엔딩이 뒤섞인 <슈렉 포에버>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9년의 시간을 훈훈하게 마무리 짓기에 충분해보였다.
이번 작품은 특히 '어른들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시리즈라 할 수 있는데, 결혼 이후 현실에서 느끼는 부담감과 피로감, 그리고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슈렉의 마음을 표현한 부분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연출이었다. 그리고 영화의 전반과 후반을 장식하는 생일 파티에서 지금까지 등장한 많은 캐릭터가 나와, 자신들만의 개그를 펼칠 때면 정말 입가에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왠지 모를 아쉬움과 정겨움이 뒤섞였달까, 뭐 정리하자면 그런 느낌이었다.
비록 자신들의 처음 컨셉과는 다르게, 마지막에 와서 디즈니 스타일을 따라간 <슈렉 포에버>였지만, 그래도 <슈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굉장히 무난한 오락 작품이었던 것 같다. 뭐 그리고 디즈니 스타일이라곤 해도, 그런 스타일을 디즈니가 특허를 낸 것도 아니고 전세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쓰이는 컨셉인 이상, 지금 와서 <슈렉 포에버>가 그것을 썼다고해서 크게 비난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정말 그동안 <슈렉>이 아무리 줄기차게 디즈니가 추구하는 고전 동화 스타일을 비판해왔다고 해도, 그들의 결말까지 그처럼 비판적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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