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금요일,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이하 피판)의 첫 공식 상영일이 시작되었는데요. 저는 이 날 오후 2시 영화 <괴물들>을 보러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갔답니다. 피판에서 <괴물들>은 총 3번을 상영하는데요. 제가 그 중에서도 이 날을 고른 이유는 바로 이 날 상영엔 <괴물들>의 감독 '가렛 에드워즈'씨와의 GA 시간이 마련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날 있었던 '가렛 에드워즈'감독님과의 대화를 간단히 정리한 글입니다.
※ 이 GA는 7월 16일 금요일 오후 2시 상영 이후 진행되었습니다.
※ 참고로 GA 내용은 글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약간의 수정 및 삭제가 되었으니, 이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Q. 영화의 배경이 멕시코 국경지대라는 점, 그리고 영화 속 주인공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단순한 괴수 영화가 아니라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점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 미리 염두에 두고 만드신 건가요?
A. 아니요. 제 영화에서 관객들이 정치적 메시지를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영화를 찍은 것은 아닙니다. 참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의 경우는 사실 시나리오가 없습니다. 간단한 트리트먼트만을 가지고 두 남녀 주인공 그리고 최소한의 스텝들과 함께 직접 여정을 떠나면서 찍은 저예산 영화죠.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 정치적인 메시지를 넣기위해 미리 준비한다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다만 앞서말씀드린 것처럼 <괴물들>은 굉장히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래서 영화 내내 나오는 엑스트라나 조연들은 현지 주민들을 직접 섭외하여 촬영 했죠. 그리고 저는 이번 영화를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기위해, 즉흥성을 강조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두가지가 멕시코의 현재 상황과 뒤섞여서 그런 정치적인 느낌을 주는 장면이나 대사들이 영화 속에 굉장히 많이 등장한 것 같습니다.
Q. 영화 속 외계생명체의 모습은 어디서 영감을 얻으신건가요? 그리고 영화 후반부 외계 생명체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게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영화 상에서 벽, 경계, 집과 같이 어떤 대상을 가둔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가 대사로 많이 나오는데요. 이 대사들은 어떤 의도로 넣으신겁니까?
A. 일단 첫 번째 질문부터 답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영화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만들고자했습니다. 그래서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디자인 하기 전, 가능한한 많은 책과 자료를 조사했죠. 그 결과, 그렇게 쌓인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만든 것이 바로 <괴물들>에 나오는 외계 생명체입니다. 그리고 두 번 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건 섹스(SEX)입니다.(웃음) 둘이 교미를 하는 장면이죠. 자, 이제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전 <괴물들>에서 벽, 경계, 집과 같은 단어들을 '어떠한 인위적인 억압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너지기 마련이고, 모든 것은 결국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는 주제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 예로 영화 초반부 남자 주인공은 어떠한 사실을 숨기고 마음 속에 벽을 만들고 혼자 끙끙 앓고있는데, 영화 후반부 들어가서 그 벽이 무너지고 솔직한 마음을 나타내게 되죠. 이와 같이 전 그런 단어들을 한 주제에 대한 메타포로서 이용한 것 같습니다.
Q. 영화에서 괴수 영화인 <클로버 필드>나 <지옥의 묵시록>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참고한 영화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앞과 뒤가 연결되는 감이 있는데, 앞뒤가 연결되는 것이 맞나요?
A. 먼저, 이 영화의 트리트먼트는 2000년대 초쯤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블레어위치>와 같은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클로버필드>의 경우는, 사실 그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에 제 영화의 트리트먼트는 이미 완성되있던 상태였습니다. 다만 영화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클로버 필드>가 나온 것입니다. 그때 전 '오 이런 젠장'하고 외칠 수 밖에 없었죠.(웃음) 하지만 아무래도 제작과정에서 <클로버 필드>의 영향이 아주 없었다고 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옥의 묵시록>같은 경우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제 영화와 <지옥의 묵시록>은 주인공이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 발퀴레의 비행이란 곡이 나온다는 점 때문에 어느 정도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영화 촬영 도중의 에피소드인데요. 영화 속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은 남미 과테말라에 있는 한 강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근데 그 배를 모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 일주일 전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이 곳에서 똑같이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다른 스탭들은 영화 촬영 내내 어디선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굉장히 기대를 했었답니다.(웃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어느정도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전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간단한 줄거리만 보고서는 <괴물들>이 괴물이 나와서 주인공과 싸우는 액션 영화일 줄 알았습니다. 근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로드무비의 느낌도 나고 애정물의 느낌도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감독으로서는 괴물 영화를 찍을 때 액션을 많이 넣고 싶은 욕심이 있으셨을텐데요. 어떻게하다가 이렇게 영화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만약 이 영화를 다시 찍게 된다면 액션 장면을 더 많이 추가하고 싶으신지 묻고싶습니다.
A.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3주 전에 결혼했답니다. 아무래도 제 영화에 나오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그래서 그 둘이 아이를 낳으면 첫째 아이의 이름을 '가렛'으로 지으라고 했답니다.(웃음) 어쨋든 본론으로 들어와서, 저희가 영화를 찍을 당시에 <괴물들>의 현장 분위기는 굉장히 로맨틱했답니다. 거기에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렸듯이 제 영화는 즉흥성과 현장성에 중점을 둔 영화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 분위기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로맨틱한 방향으로 따라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사실 처음에 이 영화를 만들 땐 저예산으로 만들었기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없이 촬영 내내 이 부분에 액션장면과 관련된 CG가 들어가면 좋겠다 머리 속으로 상상하면서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영화를 찍을 때 CG 후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찍었구요. 그 뒤에 추가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다음 영화에선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액션씬이나 CG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Q. 영화를 찍을 때, 영화 배경에는 CG장면 같은 걸 많이 쓰지 않으셨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럼 영화 속에서 나오는 폐허가 된 호텔이나 추락한 전투기같은 것들도 실제로 촬영 장소에 있던 것들인가요?
A. 반반입니다. 일부 폐허가 된 건물이나 숲같은건 실제로 모두 그곳에 있는 장면을 찍은 것이지만, 추락한 전투기나 고장난 탱크 등 군사 관련 장비들은 대부분 CG로 처리한 것입니다.
Q. 영화가 워낙 저예산이고, 예전에 비쥬얼 이펙트 관련 일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영화 속 CG는 거의 혼자 작업하신건가요?
A. 네, 영화에 나오는 CG나 외계 생명체의 디자인은 약 5개월에 걸쳐 집안에서 거의 혼자 만들었습니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리자면, 제가 외계 생명체의 디자인을 위해 약 2000천 장 가까이 스케치를 해서 제작사에 들고가서 어떤 것이 좋느냐 물어보니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얼어있더군요. 근데 알고보니, 그들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결국 영화 속 외계 생명체 디자인은 그렇게해서 제가 마음에 드는 걸로 결정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영화에서 보면 외계 생명체가 TV에 관심을 갖는데 그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리고 영화 속에 TV에서 외계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A. 먼저 외계 생명체가 TV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앞서 말한 제 영화 속 외계 생명체가 최대한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요. 보통 이런 생명체들은 밝은 빛에 큰 관심을 가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계 생명체가 그 어두운 곳에서 혼자 번쩍이는 TV의 불빛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다음 질문에 대해 답변해드리자면, 전 영화 속 TV를 미디어에 대한 무서움을 나타내는 존재로서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사실 괴물은 자연 속에서 조용히 적응하고 살아가려하는데, 미디어들이 과장하고 사람들을 겁주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죠. 그처럼 TV나 각종 미디어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데, 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프로젝트는 현재 한국에 가져온 랩탑으로도 계속 쓰고있는데요. 아마도 다음 영화도 군인이나 전쟁관련, SF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조금 아쉬운 것이 있는데요. 전 한국에 오기 전에 이 곳이 아직도 분단지역으로 전쟁 위협이 있는 곳인줄 잘몰랐습니다. 그래서 미리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취재를 하기 위해 카메라도 가져오고 그랬을텐데 아쉽습니다. 만약 나중에 정말 기회가 된다면 혹시 제 영화에 전쟁과 관련해 한국의 DMZ가 나오도록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GA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날 GA 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그만큼 내용도 많아졌는데요. 그래서 제가 글을 쓰다가 수정한 부분이 약간 많습니다. 하지만 중심적인적인 것은 대부분 다 놓치지 않고 적었으니, 내용 이해에 큰 문제가 있다거나 GA 내용에 심각한 왜곡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그리고 '가렛 에드워즈'감독님의 답변 말투가 다소 건방져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젠틀하고 열정적인 분이셨으며, 제가 영어 → 한글 → 글로 옮기다보니 부득이하게 말투가 조금 이상해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점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