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길거리에서 부랑자로 살아가던 '다스탄'(제이크 질렌할). 그는 어느 날 시장통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용맹함을 인정받아 페르시아 왕의 양자가 된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5년 뒤. 왕자가 된 다스탄은 페르시아를 배신한 '알라무트' 침공 전쟁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스탄'은 우연히 신비한 힘을 지닌 단검을 얻게 되고, 그의 주변엔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감상: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1989년 출시된 전설적인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영화화한 작품들은 <레지던트이블>시리즈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작품이 없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말해봐도 <하우스오브데드>, <포스탈>, <맥스페인>, <슈퍼마리오>까지 그야말로 게임 원작인 영화는 망한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작품들이 망한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게임과 영화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을 무시하고 설정만 가져오자니 게임 팬이 화내고, 게임처럼 만들면 영화 관람객이 무시할테니 그 중간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의 황제 제리 브룩하이머의 손에서 만들어진 <페르시아의 왕자>는 달랐다.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는 원작의 스토리를 대폭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작 팬들이 느꼈던 게임 속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동시에 영화들의 장점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한 여름을 공략한 블록버스터답게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바로 '다스탄'의 파쿠르 액션일 것이다. 9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익스트림 스포츠는 영화의 액션을 만들어내는 기초인 동시에 관객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해준다. 영화 초반부터 볼 수 있는 아슬아슬한 성벽타기와 건물 사이를 날라다니는 점프는 단순한 액션적인 쾌감을 넘어 경이로움을 줄 정도다. 그리고 동시에 게임 팬들은 이 파쿠르를 통해 게임속에서 나약한 주인공과 함께 벽을 타고 점프를 하던 옛날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현실감을 유지하면서도 이국적인 캐릭터들, 신비한 동방의 이미지와 같이 기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없는 요소들로 가득차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영화 팬들을 환상적인 분위기에 흠뻑 젖게 할 뿐 아니라, 게임 팬들에게는 그 옛날 느꼈던 게임 속 분위기를 선사한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2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전개하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주인공 '다스탄'이 영화 내내 뛰고 점프하고 개고생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쏜살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다스탄'이 공주인 '타미나'(젬마 아터튼)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이었다. 보통 동화나 게임 속 공주들이 말도 없고 수동적인 반면, 영화 속 공주인 '타미나'는 고집쟁이에 사사건건 '다스탄'과 부딪힌다. 초반엔 좀 틱틱대는 것이 좀 짜증날수도 있지만, 영화가 진행 될 수록 왕자와 공주가 주고받는 유머에 관객들은 소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페르시아의 왕자>는 빠른 전개, 깔끔한 액션, 적절한 유머가 잘 섞인 블록버스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굉장히 많다. 특히 앞서 이야기했듯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가다보니 지루하진 않지만, 영화가 굉장히 산만하다. 최근 개봉한 <로빈후드>와 비교하자면 많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서 묵직하게 밀고나가는 힘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또 한가지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각각 이야기들의 마무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사건은 벌려놨으니 마무리는 지어야겠는데 시간은 없고 결국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 특히 후반부, 지금까지 벌여놓은 사건을 한번에 처리하기위해 영화는 자기가 만든 자체 설정을 깨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그에 대한 설명은 없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비교적 무난한 여름용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즐기기엔 너무나 좋다. 그러나 눈에 크게 띄는 단점들 때문에 현재 디즈니의 간판인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뒤를 잇기엔 뭔가 부족해보인다. 아마도 디즈니가 <페르시아의 왕자>시리즈를 야심차게 키우고 싶다면 조금 더 영화 내적으로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다.
P.S 참고로 공주로 나오는 '젬마 아터튼'은 타이탄에서 '샘 워싱턴'의 연인인 '이오' 역할을 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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