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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영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영화 이야기 2011. 4. 7. 07:30
이미 리뷰에서 밝혔듯, <킹스 스피치>는 영국 역사상 가장 사랑 받는 왕 중 한 명이자 2차 대전이라는 극적인 사건을 겪은 조지 6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작지만 내실있게 그려내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다.
사실 영국인으로서 그리고 영국 국민들에게 사랑받던 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의 감독으로서 '톰 후퍼'가 조지 6세의 이야기를 지금보다 더 화려하고 극적으로 그리려는 발상을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 속 조지 6세는 오스트레일리아 촌뜨기라며 자신이 조롱했던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보다 못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물론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러한 설정은 오히려 관객들이 조지 6세를 범접하기 힘든 왕이라기보단 인간적이고 친근한 왕으로서 느끼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다른 영화 속 위인들과 달리 처음부터 비범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부단한 노력과 결단 끝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그의 노력을 과장되지 않게 최대한 담백한 시선 속에 잔잔한 클래식 선율에 녹여 나타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연출법은 다른 전기 영화와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영화들이 영화 속 위인들을 최대한 웅장하고 위대하게 표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반해, <킹스 스피치>는 오히려 영화 속 위인을 평범하게 그려내기 위해 노력한다. 아주 담백하고 그리고 때로는 그게 심해져 영화가 심심해질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왜 <킹스 스피치>는 영화를 다소 심심하게 만들면서까지 그를 평범한 인물로 나타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일까?
우선 그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조지 6세를 인간적인 왕으로 표현해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으니 바로 과거 영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이상향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표현하고자 함이었다.
영화 속 영국은 비록 노골적으로 세계의 지배자라고 하진 않지만, 마지막 조지 6세의 개전 연설을 통해 영국이 전 세계 문명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선두에 서있는 국가라는 식의 언급을 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 영화 속 슈퍼히어로나 미군처럼 힘만 앞세워서 자신들이 전 세계의 지배자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는다. 미국 영화의 과장되고 노골적인 힘자랑 대신 조지 6세라는 평범한 한 인간의 성공을 앞세워 자신들을 좀 더 고상한 지배자로서 포장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감독은 조지 6세를 헐리우드 슈퍼히어로들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그리고 헐리우드 영화처럼 자극적인 연출이 아닌 담백한 연출로 그려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영국은 미국처럼 힘만 센 바보가 아닌 평범할 수도 있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고상한 국가로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단순히 연출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킹스 스피치>는 영화 속에 자신들의 훌륭했던 전통과 역사를 집어 넣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주인공인 라이오넬 로그는 시종일관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사를 읆어대고, 작품 속 인물의 행동을 따라한다. 그리고 조지 6세가 대관식을 하는 웨스트 민스터 성당에선 잠깐이지만 영국이 자랑하는 음악가 조지 헨델과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언급된다. 영화는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그러한 점을 헐리우드 영화 속에 계속 드러내는 미국이 갖지 못해 안달난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듯 늘어놓는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영국은 지금의 미국과 달리 우리는 이러한 전통을 가졌고, 힘만 내세우지 않고 사람들을 움직였다는 식의 항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들은 영화를 통해 영국이 가졌던 역사와 더불어 세계를 지배했던 방식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방식이란게 사실에 근거한다기보단 다소 영국의 이상에 가깝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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