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호평을 내리고 누군가는 혹평을 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좋아하는 영화와 싫어하는 영화를 가르는 기준은 제각각이다.
나의 경우만하더라도 그렇다. 내가 주로 영화를 보는 시선은 일반적인 대중들보단 씨네21의 기자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블록버스터도 좋지만, 작은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주는 그런 스타일말이다. 하지만 그들과 비슷한 시선으로 영화를 본다 해도, 가끔은 그들의 의견과 상반될 때도 많은데, 작년 여름 개봉했던 <해운대>가 딱 적절한 예 같다.
당시 <해운대>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 재난 블록버스터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객에게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뻔한 코미디와 후반부의 억지스런 전개 때문에 혹평을 했었다. 반면 씨네21은 새로운 시도를 높이 샀는지 꽤나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와 같이 좋은 영화와 싫은 영화를 가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자의 기준 때문에 영화에서 받는 인상이나 느낌은 매우 다양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개개인의 기준과 달리 이 기준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한 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 바로 개인의 취향이다.
아무리 호평을 받는 영화라 할지라도 분명 그 영화가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아무리 사람들이 혹평하는 영화라도 진심으로 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의존하는 판단 방법이긴 하나 그 방법이 틀린 것도 아니고 그다지 문제 삼을 것은 없을뿐더러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나서 그것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영화로 분류한다. 여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몇 몇 사람들이 자신이 싫다고 분류한 영화들을 별 이유도 없이 수준떨어지는 질나쁜 영화로 만들어 버린다는데 있다.
간단히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얼마 전에 <하녀>는 개봉과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았고, 급기야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까지 올랐던 작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칸 영화제에서 상을 타지 못하고 빈손으로 영화제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보고나서 기분 더러웠던 영화였는데, 역시 칸에서 상도 못 받고 돌아올 줄 알았다.”, “이런 수준 떨어지는 영화가 상을 탈 리가 없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견을 내는 것까진 좋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한 가지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 영화를 재미없게 봤기 때문에 그 영화의 질도 떨어진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녀>라는 영화가 <긴급조치 19호>나 <다세포 소녀>처럼 관람 후 관객들의 거의 대부분이 혹평하고 평론가들로부터 혹평 받는 영화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봤을 때 별로니깐 영화 자체의 수준도 별로라는 것이다. 뭐 좀 격하게 말하면 보통 “영화 보고나니 기분 더럽네, 이런 쓰레기 같은 영화가 다 있어.”라는 식이다. 이외에도 자신이 영화 내의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하곤 이렇게 어려운 영화를 왜 만드냐며 영화 자체를 폄하하여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 그 영화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느끼든 그건 자신의 자유다. 하지만 영화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기가 봐서 기분이 나쁘다고 그 영화의 본질적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그 영화의 수준이나 가치가 높은지 낮은지 보고 싶다면 직접 눈으로 보면서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영화를 보기위해 영화 잡지나 평론을 보고 공부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영화를 볼 때 좀 더 너그러움을 가지고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보자는 것이다. 이왕 돈 주고 보는 영화인데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얻어가야지, 단순히 남들과 똑같이 단순한 재미만 느끼기엔 무언가 아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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