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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미국 최대 만화 행사인 코믹콘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 온 SF매니아 그림과 클리브. 코믹콘이 끝나고, 그 둘은 미국의 외계인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를 찾아가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도착한 에어리어 51구역. 그곳에서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생명체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 거주 60년을 자랑하는 외계인 폴이었다. 음주가무와 음담패설을 즐기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외계인 폴은 그들에게 자신의 탈출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데...
감상:
주드 애파토우 사단으로 유명한 미국의 그렉 모톨라와 세스 로건, <새벽의 황당한 저주>로 유명한 영국의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만난 <황당한 외계인: 폴>은 패러디와 영미식 코미디로 가득한 영화다. 시종일관 외계인 유머와 게이유머, 사회 비판 유머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그 중간 중간엔 각종 SF 영화의 패러디가 빈틈 없이 끼어든다. 덕분에 영화는 다소 강약이 있긴하지만 104분 내내 끊임없이 수다스럽게 유머를 쏟아낸다.
영화엔 많은 유머가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웃긴 건 외계인 폴이 주는 비틀기의 묘한 쾌감이다. 지구 거주 60년 경력의 외계인 폴은 우리가 생각하던 외계인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음주가무는 기본이고 음담 패설에 심지어 대마초까지 피운다. 게다가 세스 로건의 목소리가 더해져 이건 외계인이 아니라 동네 노는 형의 느낌이 물씬 난다. 게다가 어떨 땐 두 인간 주인공 그림과 클리브보다 더 인간 다울 때도 있다.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먹고 놀고 행동하는 그의 존재와 행동은 관객들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묘한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부러움을 자아낸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조금 단조로운 편이긴 하나, 두 인간 콤비와 외계인 폴이 벌이는 어이 없는 사건들과 곳곳에 숨어있는 패러디 장면 덕분에 영화는 지루함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영화에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유머코드가 한국인의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영화 속엔 많은 유머가 등장한다. 특히 인간 주인공 둘 다 SF 매니아라는 설정때문에 SF 영화와 관련된 패러디와 유머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SF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러한 내용을 관객들이 얼마나 이해할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한국인에겐 아직 와닿지 않는 게이와 대마초에 관련된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내내 기독교를 까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종교인들에게 다소 불편한 영화가 될 수 있을 법하다. 다만 반대로 미국과 영국의 문화와 그들의 유머 코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104분이라는 러닝 타임 내내 낄낄 댈 수 있는 꽤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