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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재산을 독차지 하려는 욕심을 가진 양아버지의 음모에 의해 정신 병원에 갇히게 된 베이비 돌. 그녀는 5일 뒤면 있을 기억 제거 수술을 피하기 위해 정신 병원을 나갈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감상:
잭 스나이더의 이번 작품 <써커펀치>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다. <써커펀치>는 지금까지 타인의 원작을 영화화하는데 주력해온 잭 스나이더가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만든 첫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큰 전환점이자 앞으로 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평가받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물은 신통치 않다. 영화의 주제도 좋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영화적 시도는 인상깊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부족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잭 스나이더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스토리텔링이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우선 시각적인 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보자면 <써커 펀치>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다. 흡사 비디오 게임을 연상케 하는 비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 배경은 몽환적이면서도 묘하게 현실성을 지니고 있으며, 전투 장면에서는 잭 스나이더의 전매 특허인 슬로우 모션 기법이 여전히 그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게다가 페티시즘을 자극하는 여주인공들의 옷 차림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굉장한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에 비해 영화의 스토리 텔링은 여전히 그의 전작들처럼 부실한 모습이다. 우선 잭 스나이더 자신은 나름 새로운 시도라고 자부했겠지만, 영화의 중심이 되는 액자식 구성 기법(영화상에선 환상 속의 환상을 보여주는 부분)은 그저 새로운 시도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현실 속 이야기와 주인공 베이비돌의 환상 속 이야기는 서로의 연결고리가 너무 약해 한 영화에 별개의 이야기를 억지로 집어 넣은 듯 하다. 게다가 영화의 주제는 인물들의 독백을 통해 관객들에게 직접 제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만한 구성과 주제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때문에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 붕 떠버린 느낌이다.
<써커 펀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아니 냉정히 따지자면 전작들의 문제점은 그대로 답습함과 동시에 완성도는 더 하락했다. 대체 왜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나 생각이 들 정도다. 감독에겐 미안하지만 스토리는 별로 상관 안하고 시각적 효과만 괜찮아도 영화가 재미있다는 이들에게 조차 그다지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