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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미국의 샌프란시스크. 한 때 잘나가던 심령술사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운명에 회의를 느끼고 부두 노동자로 살아가는 조지.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사랑이 찾아오지만, 그는 자신의 원치 않은 능력때문에 그녀를 놓쳐 버리고 만다. 지구 반대편, 인도네시아. 잘나가던 방송 기자 마리는 휴가를 즐기던 중 쓰나미를 만나게 되고 사후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온 그녀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조사를 하며 삶에 큰 변화를 맞기 시작한다. 영국의 런던, 마커스는 그의 쌍둥이 형 제이슨을 교통사고로 잃게 되고 그를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 심령 전문가들에게 사후 세계에 대한 물음을 구하러 다닌다. 그리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접한 세 사람은 어느 새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감상:
<히어애프터>는 쓰나미도 등장하고 초자연적인 현상도 등장하지만,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성장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다. 우연치 않게 죽음을 맞닥뜨린 뒤 사후 세계를 경험하게 된 세 주인공은 각각 다른 이유로 죽음과 사후세계를 대한다. 조지는 괴로움으로 마리는 궁금증으로 마커스는 그리움으로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세 인물 모두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해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삶이 죽음에 의해 잠식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죽음을 맞닥뜨린 뒤 자신의 삶이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 죽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결국 방황하는 세 인물은 영화 마지막에 들어서야 각자의 삶 속에 온전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된다.
영화는 세 인물이 자신의 삶과는 동떨어져있다고 생각한 죽음을 만난 뒤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모습은 단순하게 절망적이고 실의에 빠진 모습이 아닌 오히려 희망에 찬 모습이다. 죽음이란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관적인 부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히어애프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전작들인 <밀리언달러베이비>나 <그랜토리노>에 비하면 너무나 잔잔하고 그 특유의 묵직함도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영화 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를 나지막히 일러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