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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유명인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대필해주는 '유령작가'(이완 맥그리거)는 어느 날 전 영국 수상 '아담 랭'의 회고록 대필을 의뢰받는다. 비록 그는 유령작가로 살아가긴 했으나, 원래 회고록을 쓰던 전임자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에게 이번 일이 돌아오게 된 것을 꺼림칙하게 여긴다. 하지만 결국 엄청난 원고료 때문에 그는 대필을 승낙하게 되고, '아람 랭'이 있는 미국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아담 랭'의 회고록을 대필해주지만, 갈수록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침실에서 전임자가 남겨놓은 비밀 서류를 발견하게 되고, 그는 본격적으로 '아담 랭'의 뒤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감상:
<유령 작가>는 개인적으로 살짝 불편한 영화였다. 바로 '로만 폴란스키'감독 때문이었다. 현재 그는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31년째 유럽으로 도피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 모습이 사실이 썩 순수해 보이진 않았다.
물론 영화와 그 외적인 부분은 서로 떨어뜨려서 보는 것이 좋다는건 알고 있다. 또한 그가 미국에 쫓긴다고해서 미국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지 말란 법은 없다. 게다가 최근엔 성폭행 피해자가 '폴란스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으니 이 문제는 이미 끝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유령작가>를 보는 관객입장에선 이런 여러 사건들이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찌됐던 간에 영화 자체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유령 작가>는 요즘 나오는 스릴러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다 할 격렬한 추격씩이나 액션씬은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영화 초반을 제외하곤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볼 순 없기 때문이다. 대신 <유령 작가>는 인물간의 관계와 영화의 분위기만으로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
영화 초반부터 '랭'의 부인인 '루스'와 남편의 비서 '아멜리에'의 대립은 관객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준다. 둘은 서로 '랭'을 가운데 두고 싸우는데, 이 장면을 보고 있자면 왠지 영화가 치정극으로 변할 듯한 분위기까지 풍긴다. '루스'는 영화 내내 '아멜리에'에게 물어 뜯을 듯한 기세로 덤비고 날을 세운다. 이러한 인물의 대립을 통한 긴장감은 '랭'이 등장한 뒤에도 계속 된다.
영화가 시작되고나면 관객들은 '아담 랭'이 악역일 것이라 추측한다. 그의 성격은 다혈질적이고 난폭한데다, 범죄 수배자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관객들은 '랭'이 주인공과 부딪힐 수록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낀다. '랭'이 언젠가 주인공을 위협에 빠트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도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점차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우중충한 날씨에 점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누군가 주인공을 미행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감독은 별다른 자극적인 장면 없이 영화 후반부까지 이야기를 놀라울 정도로 긴장감 있게 이끌어 나간다.
솔직히 말해서 <유령 작가>의 잔잔함은 요즘같은 시대에 긴장감보다는 지루함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했듯 요즘 스릴러들과 달리 자극적인 장면은 하나도 없고 액션씬도 사실 좀 김이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극적인 점을 신경쓰지 않고 극에 조금만 집중한다면 '이완 맥그리거'를 비롯한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와 '로만 폴란스키'의 원숙한 연출이 어우러진 멋진 스릴러 영화를 한편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속에서 너무 많은 복선과 단서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나만 느낀 것일지 모르겠지만, 번역이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왠지 그 영화 속 분위기나 중요한 단서들에 대해서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 느낌이었고 번역자마저 혼란스러워하면서 번역한 느낌이 들었다.
감독의 스캔들이나 영화 내용이 토니 블레어의 이야기라는 등 이런저런 논란이 있긴 하지만, 분명한건 <유령 작가>는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고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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