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뉴욕 변두리의 한 시골 마을 화이트 레이크. 대도시에서 화가이자 디자이너로 일하는 '엘리엇'은 파산 직전인 부모님의 모텔 일을 돕기 위해, 잠시 일을 쉬고 시골로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엘리엇'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친절하고 보수적인 어머니의 모텔 서비스로 인해 모텔은 날이 갈수록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데...그러던 어느 날, '엘리엇'은 이웃 마을에서 열리기로 한 대규모 락 페스티벌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 축제를 화이트 레이크에서 개최해 큰 돈을 벌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사사건건 각종 말썽에 휘말리며, 마을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는데...
감상: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베트남 전쟁 그리고 대규모 반전 운동으로 대변되던 1969년 여름, 뉴욕 변두리 한 마을에서 커다란 문화적 사건이 발생하게 되니 그 것은 바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하 우드스탁)'이었다. 20세기 최고의 문화적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되는 우드스탁은 당시 3일 간의 공연에 약 50만 명이 넘는 히피와 젊은이들을 모으며 사회,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굉장히 큰 영향력을 끼쳤다. 그리고 <테이킹 우드스탁>은 바로 이 20세기 최고의 문화적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는 영화다.
먼저, 이 영화를 보기 전 미리 알아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테이킹 우드스탁>은 우드스탁을 다루는 영화긴 하지만, 우드스탁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게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실지 모르겠지만, <테이킹 우드스탁>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소재로 삼고 있긴하지만 우드스탁에서 벌어진 그 역사적인 음악 공연들은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엇 타이버'의 책을 원작으로 한 <테이킹 우드스탁>은 그동안 많은 매체에서 다뤄온 우드스탁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음악 공연 그 자체보단, 우드스탁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변화와 시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책의 원작자인 '엘리엇 타이버'는 1969년 우드스탁이 벌어진 여름 전까지 자신의 꿈인 아티스트를 포기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한편, 부모님의 허름한 모텔인 '엘 모나코'의 일을 도와가며 사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좋게 말하면 성실한 청년, 좀 못되게 말하면 나이 30이 넘어서도 자기 길을 제대로 못찾은 미래가 암울해 보이는 그런 청년이었다.
그렇게 가족과 얽혀 자신의 삶에서 허우적대는 그에게 한 가지 커다란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엘리엇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으로 게이는 그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죄인과도 같은 존재였으며, 2차 대전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온 보수적인 유대인 부모 앞에서 그는 항상 자신의 비밀을 숨겨야 했다. 그렇게 그의 욕망은 매일 매일 억눌려져왔고, 엘리엇 그 자신 또한 그 커다란 비밀로 인해 항상 당당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했다.
그 외에도 '엘리엇' 주변에는 시대의 상처를 받은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의 어머니일 것이다. 2차 대전을 겪으며 고생하며 살아온 유대인 어머니는 미국으로 건너온 뒤 악착같이 사는 한편, 모든 것에 인색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마음 주기를 인색해하고, 심지어 아들에게조차 정을 주지 못한다. 그 외에도 영화 속엔 베트남전으로 폐인이 된 '엘리엇'의 친구, 6.25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게이까지 영화 속엔 그 시대를 대변하는 동시에 그 시대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테이킹 우드스탁>은 그런 이들이 자유, 평화, 화합, 사랑이라는 모토아래 펼쳐진 3일 간의 짧은 음악 축제 기간 동안 큰 깨달음과 내적 성숙을 이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우드스탁을 준비하고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열정과 자유로움을 배우고 자신들을 변화시켜 나간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처음 보고나면 그 내용에 꽤 당황스러워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영화 줄거리나 포스터만 봤을 때, <테이킹 우드스탁>은 굉장히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 속에 우드스탁을 우여곡절 끝에 열고, 영화의 절정을 멋진 스타들의 공연 모습으로 장식할 것 같은 영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굉장히 몽상적이고, 영화 속엔 공연 모습은 커녕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조차 영화가 끝날 때 단 한번 나온다.
아마도 이는 그만큼 '이안'감독이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가진 상징성과 스타들의 멋진 공연에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고, 페스티벌이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사람들에게 온전히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영화는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시종일관 이리저리 들뜬 분위기가 아닌 가끔은 유쾌하게 가끔은 진지한 분위기로 그 시대의 분위기와 사람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영화가 흘러가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는 사실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딱히 이렇다 할 극적인 사건도 별로 없고, 내용 자체도 워낙 그렇다보니 중간엔 살짝 지루한 감도 있지 않아 없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우드스탁을 다룬 많은 영상물들과 달리 빛나는 스타들 대신 우드스탁과 관련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신선한 연출과 60년대라는 많은 욕망이 부딪히는 시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테이킹 우드스탁>은 단순히 우드스탁 그 현상 자체에만 카메라를 들이대는 다른 많은 영상물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바로 <테이킹 우드스탁>만이 가진 영화적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