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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불의의 사고로 국가 특수 요원직을 그만두고, 혼자 전당포를 운영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태식.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단 한명, 친구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동네 꼬마아이 소미였다. 소미는 나이트 클럽에서 일하는 미혼모 엄마 밑에서 자라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태식은 소미에게만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친구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미의 엄마는 범죄 조직과 트러블을 일으키게되고, 소미는 범죄조직의 인질로 잡혀가게 된다.
감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아저씨>는 뭐 <맨온파이어>나 <테이큰>의 향기가 좀 나는듯하지만, 그래도 꽤 볼만한 영화다. 일부 관람객들은 <아저씨>가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는 이유로 창의성이 떨어진다, 구성을 배껴 온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아저씨>는 위 두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꽤 괜찮은 영화였다.
영화 <아저씨>에 대해선 이것저것 할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해야할 것이라면 단연 원빈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첫 영화 데뷔 이후 10년 간 겨우 5편의 영화 밖에 찍지 않았지만, 작년 <마더>를 기점으로 한 층 더 성장한 그의 연기력과 대한민국 10대 미남 안에 드는 그의 외모가 합쳐진 <아저씨>는 그야말로 원빈을 위한, 원빈에 의한, 원빈의 영화였다. 물론 영화 속에 원빈 혼자 나와서 연기를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아저씨>에서 원빈이 갖는 영향력은 대단해 보인다.
사실 원빈은 완벽한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저씨>라는 영화에 있어서, 원빈은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에 정말로 딱 어울리는 완벽한 배우가 되었다. 우울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저음의 목소리,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와 우수에 찬 눈빛, 적절한 기럭지 게다가 원빈이 맡은 역할인 태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시나리오까지, <아저씨>는 영화 <솔트>에 버금갈 정도로 주연인 원빈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말한다면 <아저씨>에 대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영화의 스포트라이트가 주인공, 즉 원빈 한명에게 너무나 집중되고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경우 주인공 단 한사람의 연기력에 의해 영화의 재미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아저씨>의 재미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원빈과 <아저씨>에 대해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주연인 원빈은 마치 자신이 진짜 영화 속의 태식인양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과도한 스포트라이트에도 불구하고 주늑들지 않은 자신만의 연기로 영화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원빈이었다면, 그 다음으로 주목해야할 점이라면 단연 통쾌한 액션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미를 납치해간 악당들에게 분노한 원빈이 보여주는 액션은 그야말로 통쾌함 그 자체다. 막싸움이 아니라 특수요원 출신답게 정확하고 간결하게 스타카토처럼 끊어서 적을 제압하는 원빈의 그 멋진 액션을 보고 있자면, 아름다움이란게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통쾌함과 아름다움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테이큰>에서 리암니슨이 보여준 액션의 통쾌함과 <이퀼리브리엄>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보여준 건카타의 아름다움보다는 다소 그 강도가 약하긴 하다. 하지만 기존에 원빈이 가진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온 몸 가득 피를 묻힌 채 적들을 상대하는 그의 액션은 올해 나온 한국 영화의 최고의 액션이 아닌가 싶다. 이외에도 빠른 편집, 웃기는 조연, 나름 적당한 잔인함까지 <아저씨>는 정말 더운 여름 영화관에서 더위를 식히기엔 제격인 오락영화였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는 없는 법. <아저씨>에도 나름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아마도 다소 적은 분량의 주인공 태식과 소미의 교감 장면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태식의 복수는 소미에 대한 연민 이외에도 소미에 대한 태식의 부정(父情)에 가까운 감정을 그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소미가 그저 옆집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자기 딸처럼 여기고 범죄조직과 목숨을 건 사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 상에서 이러한 둘의 돈독한 관계를 나타낼 둘의 교감 장면은 너무나 부족한 느낌이다. 오히려 태국 킬러 람로완과 태식의 결투 장면이 이 둘의 교감장면보다 더 강렬하고, 길어보이는 느낌까지도 들 정도다. 그래서일까? 솔직히 말해, 영화 상으로 약 10여 분 남짓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 아이를 위해 목숨을 걸고 범죄조직하고 싸운다는 건 아무리봐도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보인다. 물론 영화 초반에 둘이 친구로 지낸지 오래되었다는 몇 몇 대사들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그런 대사와 달리 영화 초반 둘 사이의 행동이나 분위기는 다소 싸늘하기까지 한 편이라, 소미를 찾기위해 목숨걸고 싸우는 태식의 행동은 약간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범죄조직의 잔인함을 드러내기 위한 쓸데 없는 살인 장면이나 앞서 말한 해외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연출이나 장면이 다소 많다는 점,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배우들의 독백 장면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어쨋든 이래저래 장점도 많고 단점도 눈에 띄는 영화긴 하지만, 적어도 하나 내가 이 영화에 대해 보장할 수 있는건, <아저씨>는 최소한 티켓 값이 아깝단 생각이 들게만드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아저씨>가 네이버에서 평점 9점대를 받을 정도로 대단하다거나 작품성이 매우 뛰어난 영화란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저씨>는 이 무더운 여름,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의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괜찮은 작품으로 보인다.
P.S <아저씨>는 원빈이 <의형제>의 강동원처럼 남자들에게도 외모로 어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시켜 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원빈 정말 멋지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