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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 기적은 그저 기적으로서 일어나지 않는다.영화 감상 2010. 8. 13. 09:39
줄거리:
남미의 작은 나라 베네수엘라. 1975년 그곳에선 기적을 일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빈민 청소년 구제 프로젝트로 시작된 '엘 시스테마' 음악교육재단의 설립이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였던 호세 안토니오 브레아우가 설립한 '엘 시스테마'는 음악 교육을 통해 빈민가의 아이들과 청소년을 구제하자는 모토 아래 1975년 설립되었으며, 전과 기록이 있는 11명의 청소년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작하면서 그 위대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호세 안토니오 브레아우의 노력과 더불어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약 10만 여명의 아이들이 이 프로젝트의 수혜를 입고 있다. 그리고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는 이 위대하고도 열정적인 프로젝트를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감상:
일반적으로 기적이라하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일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 그 상황이 역전되거나 혹은 한 층 개선되는 것을 말한다. 흔히 이러한 기적은 단순히 초자연적인 힘 또는 절대자의 힘에 의해 나타난다고 생각되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적은 그저 기적처럼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 그것이 상황개선을 위한 노력이든 간절한 희망이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이하 엘 시스테마)는 진짜 기적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아주 진실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다큐멘터리다.
<엘 시스테마>는 일반적으로 이런 감동적인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와는 굉장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보통 감동적인 소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들은 어떠한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주인공으로 삼고, 그 또는 그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떻게 보면 이러한 작품들은 다큐멘터리 그 자체라기보단 영화 속에 나오는 픽션적인 상황을 현실에서 찾아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는 어쩌면 다소 다큐멘터리의 본질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라고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을 담은 <비상>같은 작품처럼 말이다.
하지만 <엘 시스테마>는 이런 다큐멘터리들처럼 다소 픽션같은 상황을 현실에서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엘 시스테마라는 단체를 비롯해 그 구성원들을 필름 속에 담아낼 뿐이다. 물론 <엘 시스테마>에 주인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비록 엘 시스테마라는 틀 안에 속해있긴 하지만, 사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들의 대부분의 어떤 특별한 개인으로 주인공에 선택 된 것이 아니라, 엘 시스테마에 속해 있는 많은 계층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주인공에 선택되었을 뿐이다. 예를 들자면 엘 시스테마의 청소년들을 대표하기 위해 흑인 여학생이 그리고 엘 시스테마의 졸업생들을 대표하기 위해 구스타보 두다멜이 선정된 것 처럼 말이다.
<엘 시스테마>는 그렇게 선택된 주인공들의 일상 생활과 동시에 엘 시스테마에서의 생활을 비교하고, 또한 어떤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 그 중에서도 빈민가에서 살기때문에 항상 불안에 떨지만 엘 시스테마에만 오면 즐거운 음악 수업에 생글생글 웃음이 나오는 꼬마 아이와 빈민가에서의 총격전으로 다리를 다쳤음에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엘 시스테마에 꾸준히 나오는 여학생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이 엘 시스테마가 그들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새삼 그 위대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또 하나 정말로 위대하고 멋진 일이라면 별다른 과장된 연출이나 강한 어조의 주장 없이도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엘 시스테마>는 모든 상황을 그저 담담하고 조용히 들어주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어떤 강한 주장도 없을 뿐더러, 한 마디도 없는 나레이션, 그리고 계속되는 인터뷰로 영화가 한 가득 채워져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별다른 연출없이도 <엘 시스테마>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그 경이로움과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신경썼다면 더 많은 이들이 재미있게 보고 많을 것을 느낄 수 있었을거라는 점에서 다소 이러한 담담한 연출은 아무래도 조금은 아쉬움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꼭 픽션적인 상황이 가미되어 연출된 다큐멘터리를 꼭 만들어야만 한다는건 아니다. <엘 시스테마>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으며, 엘 시스테마의 기적을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기엔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앞서 말했듯 기적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우연 또는 신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엘 시스테마>는 그런점을 잘 알고 있으며, 현재 베네수엘라 아이들에게 빛이 되는 엘 시스테마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사랑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비록 <엘 시스테마>는 담담한 연출 때문에 영화적 재미는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그 속에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만큼은 어느 영화 속의 연출된 감정들보다 훨씬 더 오래가고 오랫동안 관객들의 머리 속에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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