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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인어 대해전] 추억과 현실의 사이에서영화 감상 2010. 8. 8. 11:17
줄거리:
오늘도 무능력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진구. 진구는 비실이의 스쿠버 다이빙 자랑을 부러워하며, 도라에몽에게도 스쿠버 다이빙을 시켜달라고 투정부리기 시작했다. 결국 도라에몽은 '가공 수면 펌프'와 '가공 수면 안경'을 이용해, 동네 전체를 바다로 만들고 바다에서 진짜 물고기를 불러와 진구와 스쿠버 다이빙을 즐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진구는 바다의 물고기들과 함께 동네로 오게 된 인어족의 공주 소피아를 만나게 되고, 소피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소피아가 바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자, 진구와 도라에몽 그리고 진구의 친구들은 소피아가 사는 인어족 왕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감상:
내가 도라에몽 만화책을 처음 본 건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때 였을 것이다. 파란색 고양이 로봇과 신기한 발명품으로 가득차있던 도라에몽 만화책은 당시 나에게 굉장한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도라에몽의 팬이되어, 도라에몽 만화가 연재되는 월간 만화 잡지도 모으고, 가끔 여유가 될 때는 도라에몽 단행본까지 사모으며 도라에몽에 대한 열정을 활활 태웠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지금은 비록 그때처럼 도라에몽에 열광하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도라에몽이란 말만 나오면 눈에 번쩍 뜨이는 20대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극장에서 처음 접하는 <도라에몽:인어 대해전>(이하 도라에몽)은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다시금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소중한 애니메이션이었다. 하지만 어릴 적 추억과 현실 사이엔 현격한 차이가 있는 법. <도라에몽> 극장판은 나의 어릴 적 꿈과 추억을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게 해준 애니메이션이긴했으나, 반면에 극장판의 완성도나 재미는 어렸을 때 보던 도라에몽 만화책에 비해 좀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내가 도라에몽을 처음 접하고 난뒤, 어느새 15년이 지나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도라에몽> 극장판은 최근 개봉한 <토이스토리3>나 <드래곤 길들이기>와 달리 온전히 초등학생 또는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새 훌쩍 자란 나에게 <도라에몽>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고,내용은 다소 유치하고 약간은 지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도라에몽> 극장판의 문제점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것처럼 <도라에몽> 극장판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위해 유치하고, 단순하게 만든 작품을 보고 어른인 내가 이거 너무 유치하다, 단순하다 하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에게 <도라에몽>이 재미없었던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바로 작화 문제였다. <도라에몽> 극장판 시리즈는 만화의 캐릭터들을 더 선명하고 깔끔하게 그리기위해 2006년부터 새로운 작화 스타일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화 방식엔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캐릭터들이 너무 날카롭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라에몽> 극장판의 제작진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캐릭터들의 선을 일부러 정리하지 않고 일부러 거친 느낌 그대로 놔두었는데 이것이 바로 문제가 되었다.
사실 내 리뷰에선 글 중간에 사진을 넣는 것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번은 문제가 문제이니만큼 중간에 사진을 넣어 설명하겠다. 위쪽 그림은 <도라에몽:인어대해전>에서 가져온 그림이고, 아래쪽은 <도라에몽:마계대모험>에서 가져온 그림이다. 두 그림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두 그림은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외곽선을 다소 거친 느낌으로 그대로 놔둔 상태다. 하지만 위쪽 그림의 경우는 아래쪽에 비해 캐릭터 외곽선 굵기가 붓으로 그린 것처럼 훨씬 더 들쑥날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식의 작화는 앞서 말했듯,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더욱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작화 방식이 위의 그림처럼 너무 과도하다싶을 정도로 거칠고, 들쑥날쑥하게 표현된 경우는 오히려 캐릭터의 선이 너무 산만해져서 관객의 집중력을 흐트려놓는 역할을 하게된다. 그리고 <도라에몽:인어 대해전>에서는 이런 식으로 그려진 부분이 정말 수도 없이 나온다.
차라리 이 작품을 조그마한 TV로 봤으면 모를까,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고있으니 거칠디 거친 선들이 눈에 더 잘 띄었다. 뭐 이걸 보고 누군가 나에게 이거 너무 따지면서 보는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정말 도라에몽의 팬으로서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봤음에도 저런 스타일로 그려진 작화들은 정말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너무나도 눈에 거슬렸다.
정리하자면, <도라에몽>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사실 어른들이 보기에 다소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보이진 않을 것이다. 스토리나 완성도 면 모든 측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도라에몽을 보고 자라난 어른에게는 옛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라에몽>은 충분히 관람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가끔씩 자신의 추억이나 어릴 적 꿈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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