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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귀신 나오는 폐가로 유명한 경기도의 한 저택. 이 곳은 원래 평범한 가족들이 살고 있던 저택이었지만, 모종의 사정으로 가족 전원이 귀신에게 살해당해서 폐가가 되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그런 폐가에 귀신 동호회 회원3명과 방송팀 3명이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방문하게 되는데...
감상:
솔직히 말해서 난 현실에선 꽤 겁이 많은 편이다. 밤에 혼자 시골 길을 걷는다거나 캠프같은데가서 한밤중에 하는 담력 테스트같은 걸 굉장히 무서워한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는 다르다. 공포 영화의 경우 이미 그 모든 상황이 가짜라는 걸 인식하고 있기에 그런 영화들을 볼 때 적당한 고어는 웃어 넘길 줄 알고, 공포스런 장면들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폐가>는 지금까지 봐온 공포 영화들과 다르게 생각보다 꽤 무서웠다. 일단 <블레어윗치>와 같은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띄고 있기에 나오는 1인칭 카메라 시점이 특히 무서웠는데, 영화 내내 어디서 무엇이 확하고 튀어나올지 몰라서 보는 내내 나름 가슴 졸이면서 봤다. 게다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치는 공포에 상당히 놀랐다.
물론 요즘 인터넷 상에서 평도 안좋고, 알바 논란도 있긴하지만, 그래도 최근 몇 년간 본 공포 영화 중 꽤나 무서웠던 축에 속하지 않았나 싶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선 영화 자체가 무서웠던 것도 있겠지만, 영화관 안에 사람이 몇 없었던 점도 작용했던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어쨋든 앞서 말했듯 <폐가>는 기존 평가들과 달리 생각외로 꽤 무서운 영화였다.
하지만 <폐가>의 수준은 딱 거기까지, 영화 상에서 몇몇 장면과 분위기가 무섭다는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그야말로 수준이하였다. 이야기 내용이 딱딱 끊기는 어이없는 편집, 배우들의 다소 어색한 연기, 억지스러운 스토리 전개와 연출까지...영화는 여러 부분에서 상당히 부족한 점을 보여주었다.
먼저,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어이없는 연출과 편집일 것이다. 특히 영화 중간 중간 카메라 감독이 다큐 촬영 도중 귀신이 들려 정신 못차리면서 일행들을 카메라로 찍는 씬들과 의미없는 갑작스런 노이즈들은 그야말로 어이없음의 정점을 찍는다. 뭐 후반부를 위한 복선으로 영화 중간중간 그런 씬들을 넣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의미도 없이 이런 장면들이 계속되자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고 영화 보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인데 바로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일 것이다. 사실 난 이 영화를 보기 전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폐가>는 페이크 다큐이기도하고 영화 속 주인공들도 프로 연기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연기는 약간 어색한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내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다.
아무리 페이크 다큐에, 주인공들이 일반인으로 설정되었다해도 배우들이 어느 정도 정적 수준의 연기력을 보유해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평범한게 어렵다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해야할까? 페이크 다큐에 출연하는 일반인이란 설정때문에 일부러 어색하게 연기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는 중요한 순간순간 정말 너무나 어색한 면모를 보여주며 영화의 몰입을 완전히 방해해 버렸다.
사실 <폐가>는 공포영화로서의 무서움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물론 그게 전체적으로 무서운 분위기가 고조되더니 마지막에 폭발하는게 아니라, 꽤 지루하게 이야기를 끌고나가다가 후반부들어 스토리 수습을 위해 급전개하는 느낌의 공포긴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후반부 약간의 공포스러운 장면들은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그야말로 어색함과 부족함으로 가득찬 느낌이다.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지만, 그런 참신함 하나만 믿고 그냥 밀어 붙이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신경써서 치밀하게 촬영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텐데 참으로 아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