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리아의 눈] 테크닉은 900냥, 설득력은 100냥영화 감상 2011. 4. 2. 15:45
줄거리:
퇴행성 시력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줄리아는 어느 날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가 이미 시력을 상실한 쌍둥이 언니의 죽음을 목격한다. 경찰은 그녀가 자살을 했다고 추정했지만,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남편 그리고 수상한 이웃들을 보며 그녀는 경찰 수사에 의혹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줄리아는 주변 인물을 탐문하면서 언니와 만나던 애인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감상:
옛 말에 몸이 천냥이면 눈은 900냥이라 했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눈은 굉장히 중요하고 그만큼 의존도가 높은 감각 기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인 줄리아는 선천적인 병을 앓고 있어 눈이 멀어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줄리아는 무기력하고 철저히 고립된 상황에 놓여진 것이다.
덕분에 감독은 별다른 잔인한 장면 없이도 극을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간다. 눈이 보이는 범인과 눈이 보이지 않는 피해자란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양념없이 큰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고, 감독의 스릴러적 테크닉 또한 굉장히 뛰어난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중반부까지도 범인과 증거를 교묘하게 비틀어대는 연출은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딱 그 정도까지다. 상황 설정도 뛰어나고 테크닉도 놀랍지만, 시나리오의 설득력과 개연성은 그에 비하면 굉장히 부족하다. 인물들의 행동 동기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고 억지스러워 보일 때가 많으며, 미스테리 측면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꽤 남아있다. 반전을 위해 치밀하게 깔아놓은 복선 몇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그러니깐 앞서 말한 것들을 비롯한 스토리 구성이나 인물의 쓰임새가 너무나도 아쉽다. 게다가 다소 당황스러운 엔딩까지...
사실 주말에 시간때우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긴하지만, 그 이상의 작품이라 하기엔 그리고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이름을 판 것 치곤 다소 아쉬운 감이 드는 영화다.
'영화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킹스 스피치] 작지만 단단한 실내악 같은 영화 (2) 2011.04.06 [혜화, 동] 따뜻한 그리고 사랑스러운 겨울 (0) 2011.04.03 [그린 호넷] 돈많은 키덜트의 가면놀이 (1) 2011.01.29 [폐가] 무섭긴한데, 엉성하다. (1) 2010.08.26 [악마를 보았다] 악마를 보았나? 아니, 아쉬움을 보았다. (5) 2010.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