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조금 포함 되어있습니다.>
줄거리:
미국의 시골 마을 오그든 마쉬. 봄의 시작을 알리는 올해 첫 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갑자기 한 주민이 총기를 들고 난입한다. 보안관 '데이빗 더튼'(티모시 올리펀트)은 이유없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그를 총으로 사살하게 되고, 이후 마을엔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살해하려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더튼'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게되고, 결국 그 원인이 마을 수원지에 추락한 비행기와 관련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위해 노력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하나둘씩 미쳐가기 시작는데...
감상: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조지 로메로'감독의 <리빙 데드> 시리즈가 본격적인 시초로 알려져있다. <리빙 데드> 시리즈를 통해 '조지 로메로'는 피튀기는 공포물에 사회적 메시지를 이야기하는데 성공했으며, 그 이후에도 그는 다양한 작품에서 장르적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데 노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상에 있는 그의 1973년 작품 <분노의 대결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바로 <크레이지>다. 그래서일까? 아마도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가장 많이 받은 오해는 바로 좀비영화가 아닌가? 라는 점이었다. 원작 감독이 '조지 로메로'에 설정도 바이러스 전염으로 사람들이 미쳐간다는 내용이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내가 쓴 다른 글에서 알 수 있듯이 <크레이지>는 절대로 본격적인 좀비 영화는 아니다. 얼핏보면 물론 좀비가 주 소재가 되는 좀비 영화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은 좀비 영화보다도 이 영화는 '조지 로메로'의 원작의 의미를 계승하고 연출에서 한층 더 힘을 실은 서스펜스 호러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조지 로메로'는 리메이크작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기에 고스란히 원작에 있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크레이지>에도 깊숙히 스며들게 되었는데, 그 결과 영화는 국가 권력을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공포의 근원으로 설정한다. 자신들의 실수로 감염이 된 주민을 비롯해 감염되지 않은 주민들마저 감염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학살해버리고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국가 권력이야 말로 가장 크레이지 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한 것이다.그리하여 영화의 스토리상 바이러스 감염자는 주인공들에게 그저 단순한 장애물로 변하게되고 가장 큰 적은 국가 권력이 되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의 연출이나 각본을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존의 좀비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공포의 근원이자 가장 큰 적을 좀비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왔고, 그 결과 영화 후반부 좀비들을 썰어버리는 연출을 통해 관객에게 쾌감을 주고 좀비에 대한 공포심을 날렸다. 그러나 <크레이지>의 경우는 좀비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자를 전면 홍보에 내세우고 영화의 소재로 활용하고는 있지만 진정한 공포의 근원이자 적으로 국가 권력을 설정해버렸으니 후반부들어 갑자기 바이러스 감염자를 등장시켜 주인공들과 마구 싸우도록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또 국가 권력의 상징인 군인들과 주인공 서너명이 싸울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이 선택한 것이 바로 서스펜스 호러였던 것 같다. 좀비를 소재로 했지만 애초에 좀비영화가 주는 공포와 쾌감을 주기 힘들다면 좀비와 같은 존재인 바이러스 감염자를 아예 <13일의 금요일>이나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에 나오는 인물처럼 쓰려고 한 것이다. 그 결과 영화 초반부부터 나오는 어두운 창고에서 켜진 기계소리, 열쇠구멍을 통해 마주치는 눈동자, 눈과 입을 꿰맨 산 사람 장례식장의 전기톱 등등 기존의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라기 보단 한편의 서스펜스 호러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는 연출을 시도했다.그리고 적어도 내가 볼 땐 이 연출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기존 좀비 영화처럼 영화후반부 대량의 고어씬이 나왔다면 나름의 쾌감은 있었겠지만, 각본과 기획에 참여한 그리고 원작자였던 '조지 로메로'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고 옛날 30년 전 원작 스타일을 따라가자니 뭔가 그건 더 어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크레이지>는 물론 부족한 점이 없다고 할 수도 없고 눈에 간간히 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로메로'가 담고자 사회적 메세지에 기존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연출로 두 마리 토끼를 무난하게 비교적 잘 잡은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 영화에 대해 아쉬운 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있다면 바로 국내 수입사의 홍보다. 물론 홍보사는 영화 관객이 많이 보길 원해서 국내 관객 입맛에 맞게 변경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껏 해야지... 과장 허위 홍보를 하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낚였다고 생각해서 영화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면 그만큼 홍보에 대한 역효과가 나는 것이다.200억 들인 미국 영화에 무슨 블록버스터란 말이 붙고...영화 줄거리에 치명적 바이러스가 퍼져 50억 인구의 생명을 위협? 앞으론 이런식의 너무나 과장되고 없는 이야기 지어내는 홍보는 좀 자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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