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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드] 우리 주변의 사각지대에 관한 이야기들영화 감상 2010. 4. 20. 06:37
줄거리:
멤피스에 사는 가난한 마약 중독자 어머니 밑에서 자라 불우하게 생활하는 소년 '마이클 오어(퀸튼 아론)'.
그는 어느날 우연한 기회로 뛰어난 운동 신경이 눈에 띄어 기독교 사립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유한 백인이 많은 학교에서 '오어'는 성적부진과 학교 생활 부적응으로 운동을 하긴 커녕 계속 고립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백인 '리 앤'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고 같이 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점차 그들의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 속에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감상:
블라인드 사이드란 미식축구에서 팀의 리더 역할을 하는 쿼터백이 볼 수 없는 사각 지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사각지대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레프트 태클이란 포지션이 있는데,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이 레프트 태클로 뛰고 있는 '마이클 오어'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감동적인 드라마다. 주인공 ‘마이클 오어’는 테네시 주 멤피스 출신으로 가난한 마약 중독자 어머니 밑에서 불우하게 생활하는 소년이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부유한 백인 가족인 ‘리 앤’의 가족을 만나게 되면서 도움을 받고 같이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마이클 오어'는 NFL에서 가장 촉망받는 선수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다. 바로 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감동적인 실화가 <블라인드 사이드>의 스토리이다. 영화는 ‘오어’가 낯선 백인 가족인 '리 앤'과 그의 가족과 함께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기존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흔히 주인공이 영화 후반부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극적으로 이겨내며 감동을 자아내는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라인드 사이드>는 이러한 극적인 절정없이, 전혀 다른 계층이자 인종인 두 사람이 만나 서로가 믿음으로 뭉쳐서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흔히 이러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에 있어서 극적인 절정이 없는 경우 영화의 후반부가 늘어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하지만 <블라인드 사이드>는 이런 극적인 절정없이도, 2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배우의 힘으로 잘 극복해내고 있다.
먼저 이 영화를 살려준 가장 일등공신이라고 한다면 바로 ‘산드라 블록’일 것이다. ‘리 앤 투오이’ 역할을 맡은 그녀는 당당하면서도 모성애 강한 젊은 어머니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내고있다.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인 ‘오어’에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화내지 않고 다독이고 그의 자신감을 복 돋아주는 그녀의 연기는 왠지 모르게 우리가 상상하던 이상적인 어머니의 모습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너무 이상적이라 이상적인 어머니라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신데렐라의 왕자님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산드라 블록과 동시에 주연으로 발탁된 ‘마이클 오어’역의 퀸튼 아론의 연기는 약간 아쉬웠다. 그의 연기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산드라 블록의 기에 밀려서인지, 왠지 모르게 그의 연기는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느낌이 들었고, 그 결과 산드라 블록에게 항상 끌려 다니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영화는 이렇게 감동적인 한 소년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넣는 것도 빼놓지 않았는데,
앞서 말했듯 블라인드 사이드는 현재 NFL에서 레프트 태클로 뛰고 있는 ‘마이클 오어’가 지켜야 할 쿼터백의 사각지대이자 지켜야 할 가족들을 의미하는데, 영화는 동시에 이 블라인드 사이드의 의미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소외된 사람들로 확장한다. 영화 초반 ‘오어’가 탄 차가 가난한 슬럼가를 지나 부유한 ‘리 앤’의 동네로 들어오는 연출로 시작해, 영화 중반 ‘리 앤’이 ‘오어’의 동네를 다녀오고 나서 친구들에게 자신은 멤피스에 오래 살았지만 그 곳은 처음 가본다는 대사까지 영화는 단순히 한 백인 가정이 우연히 흑인 청년 한명을 구해 인생을 바꿔주는 이야기를 넘어 주변의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관심을 돌리자고 은연중에 이야기한다. 비록 영화 시간상의 제약 그리고 개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므로 더 이상으로 사회 문제에 대해 나아가진 않지만, 영화 전체에서 그라운드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의 블라인드 사이드를 살펴보자는 메시지는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산드라 블록의 멋진 연기와 나름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이미 한번 언급했던 ‘오어’의 수동적인 행동이다. 앞서 이야기 한 연기력의 문제가 아닌 연출 상으로도 ‘오어’는 ‘리 앤’에게 아무생각 없이 이끌려 다니는 역할이란 느낌이 들었다. 즉 주연이 어느 새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전락한 것이다. 거기에 이렇다 할 ‘오어‘의 개성을 나타내는 연출도 없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사람들에게 무능력했던 흑인이 좋은 백인 가정 만나서 인생 역전을 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실제 ‘마이클 오어’의 실제 인터뷰 영상에 따르면 그는 그가 다니던 전 학교에서도 운동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곳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사립학교 코치의 추천으로 전학을 온 것이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조금 더 ‘오어’를 적극적인 인물로 그리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비록 <블라인드 사이드>에 아쉬운 점도 있고 미국 중심의 사고관을 반영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뛰어난 연기와 담담한 연출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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