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 시네마, 안녕
영화와 현실 사이
2010. 6. 1. 13:24
어제는 봄의 끝을 의미하는 5월 31일이었습니다. 이미 날씨는 여름이지만, 숫자적으로도 봄은 지나간 것입니다. 그렇게 2010년의 봄은 조용히 사라졌고, 영화 매니아들의 아지트 중 하나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명동의 중앙극장은 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에 몇 남지 않은 오래된 극장이었습니다. 물론 2차례의 개축공사로 옛날 구식 극장의 모습은 갖춘건 아니지만, 그래도 중앙 극장엔 역사와 운치가 살아있었습니다. 그 곳은 명동에 오는 이들의 만남의 장소 또는 휴식의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이 극장을 소유하고 있던 벽산 건설이 자금난으로 극장을 팔게되었고, 이 자리엔 오피스텔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라 합니다. 너무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장소는 많은 이들의 추억과 역사가 새겨진 돈으로 살수없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앙극장을 처음 찾은 건 2008년 봄이었습니다. 당시 전 예술 영화 초보자나 마찬가지였던 시절이었고, 그때 전 이곳에서 영화 <데어 윌비 블러드>를 봤었습니다. 비록 아침 조조라 정신도 좀 없었고, 그 넓은 2층짜리 극장에 단 3명의 사람밖에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그 날 이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의 자리에 중앙 극장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전 이 곳에서 <매그놀리아>,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지옥의 묵시록>등 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앙 극장은 저에게 명동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장소로, 그리고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아지트로 제 마음 속에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항상 영원한 것은 없다고 중앙 극장도 40년의 세월을 뛰어오다보니 쉬고싶어졌나봅니다. 결국 이렇게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려 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앞으로 이 곳에 새로운 빌딩이 들어서면 극장의 흔적은 온데간데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 갈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폐관하지만, 적어도 저를 비롯한 극장의 마지막을 함께 한 분들의 마음 속에 중앙 극장은 계속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