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극장 이야기만 이것까지 치면 벌써 3번째네요. 왜이리 한 이야기 또하고 또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명동에 언제 가든 항상 절 반겨주던 극장이었는데, 이렇게 사라져버리니 허무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5월 31일 마지막 상영일에 가서 찍은 사진 몇개를 올리려 합니다.
특별한건 없고 그냥 평소의 중앙 극장 모습 그대로를 찍어놨습니다. 하지만 이 그대로의 모습이 앞으로는 특별한 모습이 되어버릴것 같습니다.
※ 사진들은 눌러서 보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동말고 을지로 쪽에서 중앙극장 올 때 걷는 길입니다. 낡은 가게나 식당 철물점이 많는데, 이제 중앙극장을 갈 일이 없으니 이 길을 이용할 기회도 적어질 것 같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찍은 중앙시네마 로고와 이름입니다. 저 이름을 볼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중앙 극장을 전면 사진입니다. 오른쪽에 매표소와 출입구가 보입니다.
중앙극장 벽입니다. 벽에는 상영 예정 또는 상영중인 영화들의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간 5월 31일엔 <시>, <허트로커>, <데저트 플라워>, <예스맨 프로젝트>, <하녀>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맨 마지막 상영작은 바로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하는 이창동 감독님의 <시>였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그리울 것 같은 티켓박스입니다. 이곳에서 티켓 살 때면 항상 어렸을 적 놀이공원 왔을 때 그런 느낌이 나서 좋았는데 말이죠.. 명동 CGV도 이렇게 1층에 이런 매표소가 있지만 너무나 다른 느낌이더군요.
1층 로비입니다. 의자도 많고 테이블도 많고 너무나 편하고 자유로운 공간이었습니다. 전 항상 명동에서 친구를 만나기로하면 약속시간보다 일찍와서 명동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지치면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중앙 극장에 앉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편히 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로비가 너무나 친숙하네요.
2층에 있는 휴게실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옛날 스폰지하우스가 임대시절 중 만든 것 같습니다. 스폰지 하우스가 운영할 땐 이곳에서 DVD도 팔고 책도 팔고 커피도 팔고 그랬는데 말이죠. 스폰지 하우스가 나간 올해부터는 그냥 의자와 잡지들만 간단히 구비되어 있는 곳으로 놔두더군요.
정말 중앙 극장이 고객 신경을 많이 쓴다는 증거인 바로 2층 로비입니다. 전 영화관 와서 VIP 라운지 빼고 여기만큼 편한 곳은 못봤습니다. 물론 의자가 철제긴 하지만 등받이도 있고, 앞에 테이블에 이것저것 짐도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서 가끔 친구랑 앉아서 이야기도 하던 공간인데 이제는 갈 수 없다니 아쉽습니다.
5월 31일 마지막 상영일날 전 <예스맨 프로젝트>라는 매우 웃기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물론 <시>를 한번 더볼까 생각해봤지만 왠지 그럴수록 제 마음만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웃긴걸 봤습니다. 뭐 세간의 평가대로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웃으면서도 이 웃음이 중앙극장에서 지을 수 있는 마지막 웃음이란 생각을 하니 좀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어쨋든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에서 나오는데, 이 곳에서 일하시던 어르신들이 나오시면서 한 마디하시더군요. "아 이제 내일부터 출근안해도 되겠네"라고 말이죠. 이 말 듣는 순간 정말 중앙극장의 끝이 다가왔단 생각과 약간의 아찔함이 느껴지더군요. 너무나도 아쉽고 슬펐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말이죠... 앞으로 정말 돈 벌게되면 서울아트시네마같은데 후원도 많이하고 만약 부자가 된다면 극장하나 지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이렇게 우리나라 영화 산업이 취약하지만, 앞으로 많은 영화 매니아들이 늘어나서 영화를 단순히 오락거리가 아닌 하나의 예술로서 봐줄 수 있는 풍토와 영화인들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어쨋든 중앙극장은 갔고 제 삶은 계속 됩니다. 이제 제가 해야할 일은 다시는 중앙 극장 같은 곳이 나오지 않도록 영화를 더 열심히보고 사랑하는 일 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힘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