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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크게 들을 것] 생각없이 웃고 떠들고 즐겨라!영화 감상 2010. 4. 28. 08:40
※ 영화 후반부 내용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한 때 락의 중심지였던 인천. 하지만 지금은 그저 락의 불모지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락의 불모지 '인천'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바로 그 곳은 부평의 '루비살롱'이었다. 90년대 홍대에서 인디밴드 생활을 하던 '리규영'이 결혼과 함께 인천으로 내려와 세운 '루비살롱'은 부평 모텔촌 한가운데서 락 스피릿을 울부짖으며 홍대의 개성있는 밴드를 모으게 된다. 그리하여 모인 이들이 바로 실력있는 라이브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홍대 최고의 진상 막장 밴드 '타바코 쥬스'였다. 과연 이들은 '루비살롱'과 함께 새로운 락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까?
감상:
영화는 한 레이블의 두 밴드가 서로 다르게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실력파 밴드답게 나날이 실력이 늘고 명성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홍대 최고의 막장 밴드 '타바코쥬스'는 하라는 공연은 안하고 좌충우돌 사고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모습은 한 편의 성공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지만, '타바코쥬스'는 KBS의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이런 모습은 각자 밴드의 성격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의 감독인 '백승화'씨가 타바코쥬스의 드러머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성장해나가는 모습과 비교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타바코쥬스'지만 결코 실력이 부족해보인다거나 못나보이진 않는다. 그들은 그들만의 허술한 매력이 있기때문이다. 오히려 술마시고 사고치는 '타바코쥬스'의 모습은 오히려 귀엽기만하다.
인터뷰에서 감독이 밝히고 영화 후반부에서 밝히는 것처럼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절대로 돈없는 청춘이 열정으로 버텨서 성공하는 눈물나는 신파극이 아니다. 성공에 상관없이 그저 음악이 좋아서 즐기는 이들의 유쾌한 모습을 담은 영화다. 실제로는 그리 부유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속 '타바코쥬스'는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나는 그런 그들에게 무한한 매력을 느꼈다. 돈이 없어도 소주 한 병에 과자 한봉지, 음악만 있으면 너무나 좋아하는 그들을 보면 아마 그런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순간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타바코쥬스'는 너무 필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보기 좋아보였지만, 그래도 영화상에선 밴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대충 활동하는 모습이었다. 술마시다가 공연 펑크내고, 음반 만들라니깐 축구게임하고 GBA로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일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한숨과 함께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 밝혔듯 '타바코쥬스'의 보컬 '권기욱'도 자신이 필사적이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나온 짤방이 바로 그 유명한 "근데 우린 열심히 안하잖아, 우린 안될거야 아마"다. 그만큼 '타바코쥬스'는 영화 초중반까지도 음악을 좋아하긴하는데 어쩌다보니 좋아하게되고 그냥 귀찮으니 될대로 되자는 식으로 밴드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내심 무언가 불안했었다. 아마 이 불안함은 왠지 그들이 음악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때문이던것 같다.
난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무언가 미쳐있다면 열심히 해서 최고까지 올라가 봐야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어느 새인가 뒤바뀌어있었다. 솔직히 영화 후반부 들어서고도 그들은 '갤럭시 익스프레스'보다 잘나졌거나 전보다 피똥싸게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력은 하지 않아도 그들의 음악에 대한 진실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냥 놀자판에 만사 태평이었던 '권기욱'이 첫 앨범을 내고 발매 기념 공연에서 눈물을 흘리는 순간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리 속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그들이 진정성이 없어서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즐기기 위해서 필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필사적이 되면 결과에 집착하게 되고 음악을 즐기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영화 후반 '타바코쥬스'가 나름 성공적으로 앨범활동을 하고 있는 도중 해체한 모습을 보며 더욱 굳어졌다. (물론 해체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내생각이 그랬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위한 욕심은 좋은 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고 자기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살아가려한다. 하지만 이런 우리와는 달리 '타바코쥬스'는 큰 성공을 목표로 하지않고도 그들 나름대로 음악을 즐기는 방식을 찾았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그들은 그 방식대로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금전적으로 살짝부족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깡소주를 마실지언정 우리가 그들을 불쌍하게 봐줄 필요는 없다. '타바코쥬스'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밤을 즐기고 있었고 그것은 우리의 낮보다 빛나고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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